두께 2km 빙하-지상 20km 풍향 분석… “기후연구의 사령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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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장보고과학기지 가보니…

동경 164.2도, 남위 74.37도.

남극 대륙 본토에 국내 최초의 과학기지가 완성됐다. 1988년 남극 연안에 세종과학기지가 건설된 지 26년 만이다. 동남극 테라노바 만 ‘남극장보고과학기지’는 12일 준공식을 시작으로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장보고과학기지는 남극을 중심으로 한 기후변화 연구의 세계적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해양 생태계와 극지 생명체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한 세종과학기지와는 달리 남극 대륙에 자리 잡은 장보고과학기지는 빙하와 심층수 등을 직접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주인 없는 땅’ 남극은 언제든 영유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1959년 체결된, 평화적 목적을 위한 과학 연구만이 허용된 남극조약이 만료되는 2048년을 전후로 영유권 주장이 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극을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영유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장보고과학기지의 활약에 주목하는 것이다.

○ 기후 연구의 중심에 선다

세종과학기지는 주로 육상 및 해양 생태계를 중심으로 생태계 작용과 기후, 생물의 상관관계, 극지생명체 저온 적응 메커니즘 등을 연구했다. 기후변화 연구를 위한 지역급 국제대기관측소(GAW) 역할도 해왔다.

반면 장보고과학기지는 전 지구 기후변화의 중심인 남극 대륙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핵심 연구 대상은 평균 두께 2160m의 빙하와 지구 에너지 순환의 원동력인 심층수.

이를 위해 장보고과학기지는 지역급 관측소를 넘어 지구 전체 기후를 분석하는 지구급 관측소로 활동할 예정이다. 현재 남극에 지구급 관측소는 서남극의 독일 노이어마이어 기지와 남극 중심에 있는 미국의 아문센-스콧 기지뿐이다.

기후변화 연구를 위한 핵심 최신 연구 설비는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상공 20km까지 올라가 풍향, 풍속, 기온, 습도, 기압의 연직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오토존데’다. 여름철 백야와 겨울철 흑야를 비롯해 오로라 같은 고층대기 연구도 한층 심화할 수 있다.

○ 극한에서 최적의 연구환경 만든다


30km 이내에 다른 월동 기지가 8곳이나 있는 세종과학기지와 달리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에 월동 기지가 전혀 없다. 가장 가까운 기지가 미국 맥머도 기지로 약 350km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2002년 세종과학기지에서 총무를 맡은 경험이 있는 진동민 제1차 월동대장을 포함한 17명의 월동대원은 “제 발로 찾아가는 얼음 감옥”이라며 웃는다.

실제로 평균기온 영하 1.7도, 최저기온 영하 25.6도인 세종과학기지에 비해 장보고과학기지는 평균기온 영하 14.13도, 최저기온이 영하 35.8도에 달한다.

1차 월동대의 역할은 하계 연구대가 올 때까지 기지를 시험하고 연구원들이 오랜 기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월동대원이 주변 환경과 연구장비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하계 연구대는 11월에서 1월까지 3개월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여름 동안 연구를 준비하는 데만 한 달을 소요해야 한다.

진 대장은 “처음 운영하는 기지인 만큼 안전하게 겨울을 보내면서 11월에 올 하계 연구대가 안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기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라노바=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남극기지#기후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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