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스토리텔링 in 서울]조선시대 양잠마을 잠원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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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뽕나무가 무럭무럭 잘자라면 국운도 살아난대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서울시 지방기념물 1호 ‘잠실리 뽕나무’. 서울시 제공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서울시 지방기념물 1호 ‘잠실리 뽕나무’. 서울시 제공
한강 잠원지구가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은 운동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 이들로 늘 북적인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인접해 젊은이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과거에 이곳은 푸른 뽕나무밭이 드넓게 펼쳐진 양잠마을이었다. 조선시대 국립양잠소인 잠실도회(蠶室都會)가 설치된 곳이기도 하다.

○ ‘잠실 뽕나무’가 전하는 역사


조선시대 양잠업은 국가의 핵심 산업이었다. 의복 문제를 해결하고 가계소득을 높일 수 있었기에 국가에서는 양잠업을 적극 권장했다. 세종대왕은 한양에 적절한 장소를 골라 잠실도회를 설치하게 했다. 경복궁과 창덕궁에 내잠실(內蠶室), 낙천정(樂天亭·현재의 뚝섬)에 외잠실(外蠶室)을 설치했다. 세조 때는 서대문구 연희동에 서잠실(西蠶室), 아차산 남쪽과 지금의 송파구 잠실동, 신천동을 아우르는 지역에 동잠실(東蠶室)을 두었다. 성종 때는 현재의 잠원동에 신잠실(新蠶室)이 추가됐다.

풍수설에 따르면 목멱산(남산)의 서쪽 끝이 누에머리를 닮아 잠두봉(蠶頭峰)이라고 불렀다. 남산의 지기(地氣·땅의 기운)를 보호하기 위해 남산 남쪽 한강 건너편에 누에의 먹이인 뽕나무를 널리 심었다. 토질이 뽕나무 재배에 적합하고, 한강 나루터와 가까워 누에에서 얻은 명주실을 곳곳으로 운반하기 좋은 점도 안성맞춤이었다.

잠실동과 잠원동 모두 잠실의 이름을 따 ‘잠실리’로 불렸다. 하지만 잠원동이 1963년 서울시로 편입될 때 이미 서울에 있던 잠실동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잠실리의 ‘잠(蠶)’자와 인근 신원리의 ‘원(院)’자를 합쳐 잠원동으로 바뀌었다.

서울시 지방기념물 1호인 ‘잠실리 뽕나무’는 오랜 역사를 증언한다. 잠원동 신반포16차아파트 120동 앞에 있는 이 뽕나무는 조선 초기에 심어져 5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 지역 뽕나무가 잘 자라면 국운이 승하고, 시들면 국운이 기운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을사늑약으로 조선이 주권을 잃을 때부터 뽕나무가 시들기 시작해 1930년대 이후에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남은 뽕나무는 대부분 고사목(枯死木·말라죽은 나무) 형태이다. 다행히 30년 전 주변에 심은 뽕나무 3그루는 잘 자라고 있다. 옛 얘기대로라면 우리나라의 국운이 살아날 징조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여름 서울지하철 3호선 잠원역에서 어린이들이 누에를 직접 만져보는 체험교육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잠원역을 ‘누에테마역’으로 조성했다. 서울메트로 제공
지난해 여름 서울지하철 3호선 잠원역에서 어린이들이 누에를 직접 만져보는 체험교육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잠원역을 ‘누에테마역’으로 조성했다. 서울메트로 제공
○ ‘양잠업의 산실’에서 ‘관광산업의 메카’로

잠원 한강공원은 옛 역사를 살려 누에 테마자연학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학습장, 누에조형물, 전시학습마당, 뽕잎그늘쉼터 등이 있다. 누에에게 직접 뽕잎 먹이기, 누에고치 실 풀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운영은 매년 3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hangang.seoul.go.kr)에 신청하면 된다.

지하철 3호선 잠원역은 ‘누에 테마역’으로 변신했다. 잠원역사에는 누에와 관련된 학습자료, 명주실과 옷감 등이 전시돼 있다. 봄이 되면 아이들이 누에를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체험행사가 마련될 예정이다.

과거 양잠업이 성행했던 이 지역에선 최근 문화관광사업이 새롭게 꿈틀거리고 있다. 서초구는 2019년까지 서초동과 잠원동 일대에 ‘서초 K-한류문화특구’(가칭)를 조성한다. 특히 잠원동 더 리버사이드호텔 주변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구역’에는 케이팝 전용 공연장, 특화거리, 케이팝 스타 벽화거리 등을 조성한다. 송파구 잠실지역은 2012년 서울 최대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2016년에 123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면 국내외 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의복이 몸을 따뜻하게 했다면 문화산업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셈이니 옛 잠실 지역이야말로 최적지가 아닐까.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양잠마을#잠원동#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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