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여행사 대표 “북한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 수줍게 ‘헬로’ 답례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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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北전문여행사 운영 英사업가 마식령스키장 체험기

1월 중순 개장한 북한 강원도 원산시 마식령 스키장의 다양한 모습이 공개됐다. 리프트를 타는 곳(왼쪽 사진)과 북한 관광객 및 스키장 근무자들의 모습.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현대식으로 건설한 현지 호텔 내 서양식 뷔페(오른쪽 사진)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실제 관광객수는 북한 당국의 기대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여행사, 우리여행사 제공
1월 중순 개장한 북한 강원도 원산시 마식령 스키장의 다양한 모습이 공개됐다. 리프트를 타는 곳(왼쪽 사진)과 북한 관광객 및 스키장 근무자들의 모습.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현대식으로 건설한 현지 호텔 내 서양식 뷔페(오른쪽 사진)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실제 관광객수는 북한 당국의 기대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여행사, 우리여행사 제공
“아무런 제재 없이 북한인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1월 중순 북한 강원도 원산시 마식령 스키장에서 2박 3일을 보낸 사이먼 카커렐 고려여행사 대표(사진)는 북한의 다른 지역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다만 개장 첫 시즌을 맞이한 마식령 스키장은 서방 세계의 스키장과는 다른 점이 많았다.

그는 “수백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북한 당국이 이곳의 예상 방문 인원을 하루 5000명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마식령 스키장에 도착한 12일에는 방북 중이던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영국 출신 카커렐 대표와 e메일 및 전화로 마식령 스키장 현황을 물었다.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현장에서 만난 북한인 구조팀, 스키강사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 것이다. 슬로프에는 상당한 수준을 지닌 스키어들도 눈에 띄더라. 바비큐 파티가 벌어진 곳에 다가갔더니 북한인들이 친근하게 인사하며 함께 어울리게 해줬다. 안전요원들이나 의료진도 스스럼없는 모습이었다. 이들이 제재를 받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현지 시설 수준은 어떤가.

“눈이 충분치 않아 슬로프가 다소 얼어붙은 상태였다. 제설기(snow blowers)가 있었지만 필요한 만큼의 눈을 만들기엔 부족했다. 식당이나 바 같은 부대시설은 우수한 편이였다. 스프라이트나 콜라 같은 미국 탄산음료, 유럽산 맥주도 손쉽게 살 수 있었다. 다만 미국 맥주는 북한에선 가격도 비싸고 인기도 없는 편이다. 외국인 투숙객은 분당 20센트(약 210원)를 내고 자신의 방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도 있다.”

―스키장은 어느 정도 붐볐나.

“약 200명이 이용 중이었는데 내 예상보다는 많았다. 당시는 개장 일주일이 지난 시점으로 외국인 이용은 제한됐고 북한인에게만 개방됐던 시점이었다. (내가 다녀온 지 약 2주일 뒤) 외국인에게 개방됐지만 3월까지인 마식령 스키 시즌을 고려할 때 외국인 관광객이 수백 명 단위로 몰려들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장에서 모란봉 악단도 만났다. 단원 20명은 대부분 끼리끼리 다녔지만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건네자 수줍게 ‘헬로(hello)’라고 응답했다.”

마식령 스키장과 호텔 시설 대부분이 “우수한 편이였다”고 평가한 그는 “스키어를 위해 틀어 놓은 음악 대부분이 북한 군가라는 점이 특이했다”고 회상했다. 이미 평양 등 주요 도심의 식당과 카페에서 셀린 디옹의 ‘마이 하트 윌 고 온’과 같은 팝송을 들을 수 있었던 것과는 달랐다고 했다. 주요 도시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폐쇄적인 북한 사회가 다소 이완되고 있지만 아직 마식령 스키장까지 확산되지는 않은 셈이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한국 인기곡을 북한에서 들어본 적이 있나.

“북한을 다녀온 일부 사람들이 (한류 음악을) 들었다는 얘기는 익히 알고 있다.”

한편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 관광객 유치를 겨냥해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 주에 관광사무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3일 보도했다. RFA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김문호 하바롭스크 주재 북한 영사가 지난달 중순 하바롭스크 주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러시아인의 북한 관광을 촉진할 각종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고려여행사#사이먼 카커렐#북한#마식령 스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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