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성남, 터키서 3주 전훈…2억원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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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14일 07시 00분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성남 선수들이 짝을 지어 공을 주고받고 있다. 안탈리아(터키)|윤태석 기자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성남 선수들이 짝을 지어 공을 주고받고 있다. 안탈리아(터키)|윤태석 기자
■ 성남FC 사례로 본 K리그 구단들의 해외전훈 경제학

숙박·항공 등 터키 전훈비용 2억원 육박
ALC 우승 경력…강팀과 연습경기 수월
물가 비싼 일본에선 8000만원 더 들어


성남FC의 동계전지훈련 취재를 위해 터키 안탈리아로 떠나던 10일(한국시간). 아내가 뾰로통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우리나라 두고 왜 그 멀리 터키까지 가서 훈련을 하는 거야? 그러면 돈도 훨씬 많이 들고 선수들도 고생 아냐?” 아내는 7개월도 안 된 딸과 1주일 이상 혼자 있어야 하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아내를 달랜 뒤 “날씨 따뜻한 곳에서 체력훈련을 해야 부상이 없다. 성남 말고 다른 팀들도 다 해외로 가서 운동하면서 시즌 개막에 맞춰 연습경기도 해야 한다”고 설명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반 사람들은 프로구단이 왜 해외전훈을 가는지, 가서 뭘 하는지, 또 돈은 얼마나 드는지 잘 모르겠구나.’ 프로축구단 해외 전훈을 A부터 Z까지 정리해봤다.

● 해외전훈 얼마 쓰나

터키 안탈리아는 지중해에 자리 잡은 세계 최고의 휴양도시다. 요즘 기온이 섭씨 17도 안팎으로 기후가 온화하고 분위기가 고즈넉해 특히 유럽의 노부부들이 여행을 많이 온다. 프로축구단의 전지훈련 천국이기도 하다. 1∼2월에만 300개가 넘는 팀이 안탈리아를 다녀갔다. 동유럽과 서유럽 프로 팀들이 겨울 브레이크 기간을 이용해 많이 찾는다. K리그 구단들도 매년 2∼3개 팀은 안탈리아를 방문한다. 올해는 성남FC를 비롯해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경남FC가 이곳에 여장을 풀었다.

안탈리아는 계약 방식이 독특하다. 호텔과 예약하면 호텔에 딸린 운동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성남이 묵고 있는 미라클 호텔만 해도 국제규격 천연 잔디구장이 2개 있다. 선수들이 따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물론 모든 호텔에 잔디구장이 딸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동장이 없는 호텔들도 차로 5∼10분이면 갈 수 있는 근처 운동장과 미리 계약을 해 놔 프로 팀들이 훈련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조처해둔다.

비용은 호텔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일 70∼100유로 정도다. 이번 전훈에 동행한 성남 선수단은 선수 33명, 코칭스태프(감독, 수석코치, 코치 GK코치, 스카우트) 5명, 지원스태프(트레이너3, 비디오분석관1, 매니저1) 5명 등 43명이다. 평균 75유로(10만8000원)로 계산하면 3주를 머무르니까 75유로×43×21=6만7725유로. 한국 돈으로 약 9700만원이다. 이 금액에 선수단 3끼 식사와 사우나, 헬스장, 수영장 등 부대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생수도 무한대로 제공되고 심지어 방에 있는 미니바도 무료다. 성남 매니저 김진우 대리는 “터키 음식이 신선하다. 선수들이 신선한 과일과 음료수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고 했다. 이렇게 프로클럽이 묵을 수 있는 호텔이 안탈리아에만 100개가 훨씬 넘는다. 왕복 항공료도 만만치 않다. 성남은 단체 할인을 받아 1인당 왕복 170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인천에서 이스탄불을 거쳐 터키 국내선을 타고 안탈리아까지 오는 비용을 다 합친 금액이다. 170만원×43=7300만원이다.

프로 클럽들이 안탈리아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연습경기 상대를 잡기 수월하다는 데 있다. 매치 업에 드는 비용은 700유로로 운동장 대여료와 심판비로 쓰인다. 두 팀이 각각 350유로씩 부담한다. 성남은 연습경기를 스코어보드와 양 팀 벤치가 마련돼 있는 스포츠센터 잔디구장에서 소화한다. 미라클 호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으며 이 스포츠센터 역시 호텔 소유다. 성남은 이번 전훈기간 동안 10차례 연습경기를 치른다. 350유로×10=3500유로. 5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성남은 11일 동유럽 최고 강호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 연습경기를 했다. 성남이 수차례 간곡하게 제안해서 어렵게 성사됐다. 성남의 안탈리아 전훈을 중개한 에이전시 팀스포츠 박진영 대표는 “샤흐타르 같은 팀과 평가전 하려면 보통 5만 달러(5000만원) 이상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남 입장에서는 100배 남는 장사를 했다. 성남은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번 샤흐타르와 평가전을 추진하면서 이 프리미엄을 톡톡히 봤다. 김진우 대리는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메리트가 없었다면 100번을 부탁했어도 샤흐타르 같은 팀이 연습경기를 해 줄 리 없다. 전훈기간 성남의 연습상대 수준이 꽤 높은 편인데, 이 역시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타이틀 덕분이다”고 말했다.

이 모든 비용을 다 합치면 2억원 가까이 된다. 터키와 함께 K리그 구단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훈지 중 하나는 일본이다. 일본의 경우 터키와 비슷한 기간을 머물면 약 7000∼8000만원 정도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터키보다 물가가 비싸고 부대비용 지출도 더 많기 때문이다.


● 성남FC의 해외전훈 예상 비용

숙박비용 108,000원(터키 안탈리아 미라클 호텔 하루 1인 사용료)×43명(선수 33명, 코칭스태프 5명, 지원스태프 5명)×21일(3주 해외 전지훈련 기간) = 97,000,000원

왕복항공료 1,700,000원(1인당 단체 할인 금액)×43명 = 73,000,000원

연습경기 운동장 대여료 504,000원(양 팀이 반씩 나눠 부담)×10회 = 5,040,000원

기타비용
= 약 25,000,000원

합계 = 약 200,000,000원


안탈리아(터키)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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