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의 태양에 머리 노랗게 자연탈색되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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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서 1년간 유엔인턴생활 4人의 생생 토크

7일 서울 종로구 계동 아산나눔재단에서 만난 이원재 최진 김민경 김한나 씨(왼쪽부터). 지난 1년간 세계 각지의 유엔기구에서 인턴으로 일한 이들은 현지 동료로부터 받은 기념품을 소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7일 서울 종로구 계동 아산나눔재단에서 만난 이원재 최진 김민경 김한나 씨(왼쪽부터). 지난 1년간 세계 각지의 유엔기구에서 인턴으로 일한 이들은 현지 동료로부터 받은 기념품을 소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난해 11월 29일 피지의 수도 수바. 오후 4시가 지나자 왕복 3차로 양쪽에서 건장한 체격의 청년 20여 명이 몰려나와 패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벌어진 싸움에 구경꾼만 500여 명이 몰렸다. 경찰도 출동했다. 그때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오자 좀전까지만 해도 몸싸움을 하던 청년들이 팔을 양옆으로 흔들며 단체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3분 후 이들은 입을 모아 “Stop Violence. Enough is enough(폭력을 중단하라. 계속 이대로 둘 수는 없다)”라고 외쳤다. 학교폭력을 없애자는 취지 아래 현지 청소년들이 모여 플래시몹(일정 시간과 장소에서 일제히 같은 행동을 벌이는 이벤트)을 선보인 것이다.

이벤트의 중심에는 아산나눔재단의 지원으로 1년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최진 씨(28·여)가 있었다. 최 씨는 플래시몹 아이디어를 직접 낸 것은 물론이고 안무 연습, 취재 요청 등도 했다. 아산나눔재단은 2012년 유엔봉사단(UNV)과 손잡고 유엔 산하 기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지원자를 모집했다. 석사학위 보유자(예정자 포함), 관련 업계에서 6개월 이상의 경력 등 다양한 조건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5 대 1 이상이 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7일 서울 종로구 계동 아산나눔재단에서 지난해 유엔개발계획(UNDP), UNV 등 유엔기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4명을 만났다. 카리브 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 UNDP 사무실에서 근무한 이원재 씨(30)는 현지 비정부기구(NGO) 협의체의 사업을 직접 평가하는 일을 맡았다. 도미니카공화국 정부의 요청으로 인근 지역 NGO 사례를 연구해 현지에 NGO 협의체가 구성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개발도상국의 한계를 체감하는 시간이었다는 인턴도 있었다. 가이아나 유엔인구기금(UNFPA)에서 청소년 쉼터 관리를 맡았던 김민경 씨(29·여)는 “현지 청소년들에게 성교육 등을 제공하는 쉼터들이 관리 소홀로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UNV에서 설문조사 등을 담당했던 김한나 씨(27·여)는 “옛 소련 체제 당시 ‘자원봉사’라는 이름 아래 노동력 착취를 당했던 기억이 남아있는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자원봉사에 대해 여전히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이 많아 생김새가 다른 저를 보고도 사람들이 카자흐스탄 현지어로 말을 건네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수도 아스타나의 1월 평균기온이 영하 16도일 정도로 추운 카자흐스탄에서 1년을 보낸 김 씨는 “귀국한 뒤 한국의 겨울 날씨가 전혀 춥지 않게 느껴졌다”며 “아이스커피만 마시게 됐다”고 덧붙였다.

피지를 비롯해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일을 했던 최진 씨는 “적도의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일하다 보니 머리카락이 노랗게 탈색됐다”고 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유엔#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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