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바마의 韓日 순방, 아베의 反역사 행보 막을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이 한국과 일본 동시 방문으로 낙착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일본만 방문하면 아베 신조 총리의 우경화 행보를 지지하는 셈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수용해 방문 대상에 한국을 추가했다. 일본 방문이 확정된 상태에서 뒤늦게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한 한국으로서는 반가운 결론이다. 어제 서울에 온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한국은 강력한 동맹국이며 파트너십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말로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동아시아의 역학 관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아베의 우경화 정책은 한일, 중일 관계를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다. 중일이 격돌하는 아시아의 현재 상황을 100년 전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의 유럽과 비교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동아시아의 불안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작동을 막는 요인이기도 하다.

케리 장관은 “한국과 일본이 역사를 극복하고 관계를 진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분쟁 수위가 높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국과 일본을 함께 거론했지만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은 미국에서도 무성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어제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가 파괴적인 역사 부정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에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지고 동해-일본해 병기가 확산되는 것도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반(反)역사 행보의 산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면 이번 순방에서 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 아베 총리에게 자신이 불러온 풍파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자제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따끔한 충고를 해야 진정한 친구이듯 동맹국의 잘못에 대해서는 고언(苦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 정부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실망했다”고 논평하지 않았던가.

미국 지도자들은 한미 관계를 ‘린치핀’, 미일 관계를 ‘코너스톤’이라 부르며 중시한다. 미국에 한국은 수레바퀴 축에 꽂는 핀처럼, 일본은 주춧돌처럼 중요한 나라라는 의미다. 미국이 좌충우돌하는 아베 총리를 바라보기만 한다면 북핵 문제 등 한미일 공통의 현안 해결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일, 미일 양자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