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소주 초콜릿’ 막는 23년전 알코올1% 규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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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식 기자
류원식 기자
최근 북촌민예관(서울 종로구 북촌로 11가길)은 초콜릿 안에 서울시 지정 전통주인 삼해소주를 넣은 ‘삼해소주 초콜릿’을 내놨다.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을 살 수 있느냐는 전화도 많이 온다. 그런데 김동환 북촌민예관 대표는 이 초콜릿 얘기를 하며 “아쉽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초콜릿에 소주를 더 넣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다는 것이다. 초콜릿 제조 규정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초콜릿류 제조에 관한 식품공전에 따르면 알코올 성분은 1% 미만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초콜릿 속에 와인 위스키 등과 같은 도수 높은 술이 들어간 제품은 국내에서 제조·판매·수입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조치는 23년 전 청소년들이 술이 든 초콜릿을 먹으면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어졌다. 또 주세법에서 알코올 1% 이상 들어간 제품은 주류로 본다. 술과 똑같은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에는 술이 10% 내외로 들어간 다양한 초콜릿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해외서 맛본 봉봉(위스키 코냑 등을 넣어 만든 초콜릿)과 같은 특색 있는 초콜릿을 만들고 싶었는데 구닥다리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삼해소주 초콜릿’은 강한 소주 향 덕에 겨우 술 느낌만 나는 정도”라며 아쉬워했다. 한 대형 초콜릿 제조사 관계자도 “1% 규정 때문에 술 넣은 초콜릿은 시도조차 못했다”며 “초콜릿이 술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규제만 없다면 성인을 위한 초콜릿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위스키봉봉 만드는 법’과 같은 다양한 레시피가 올라와 있다. 새로운 맛을 찾는 누리꾼들이 직접 술이 든 초콜릿을 만들고 먹어 본 후기를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알코올 함량 1%를 넘는 온라인 초콜릿 판매자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국적 없는 명절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펼쳐지는 또 하나의 이상한 풍경이다.

류원식·소비자경제부 rews@donga.com
#삼해소주 초콜릿#밸런타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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