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혁신 17개과제 ‘민감 이슈’ 많아… 각계 진통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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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3개년 계획’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뼈대로 잡은 17개 중점과제는 한국 경제가 진일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려 파열음이 나올 수 있는 민감한 화두들이다.

특히 의료, 교육, 관광, 노동, 부동산, 복지 관련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정치, 사회적 갈등이 크게 증폭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중점과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벌써 불거진 서비스업 육성 논란

정부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려면 대규모 투자를 일으켜 일자리를 확충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서비스업은 17개 중점 과제 가운데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다. 일부 정치권과 이익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경제자유구역을 의료, 교육, 관광 특화지구로 만들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외국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된 경제자유구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부분 개발이 지연되고 투자 유치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화 업종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의료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다”며 “특화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면 경제자유구역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외국인 투자를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의료, 교육, 관광에 대한 규제완화로 시장을 선점한 만큼 뒤늦게 뛰어든 한국이 성과를 내려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국제학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수준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육성과 관련해 의료계는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영종도 복합리조트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용하는 이슈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나중에 내국인 카지노도 허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정동 인천대 교수(무역학)는 “한국은 중국처럼 큰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의료, 교육, 관광 분야 규제완화에 대한 반대를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노동·교육 분야에 잠재된 뇌관


시장경제질서 회복이라는 키워드에 따라 정부가 준비 중인 과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고용 유연성 제고 방안이다. 아직은 별다른 이견이 표출되지 않았지만 언제든 정치쟁점화할 수 있는 잠재된 뇌관으로 분류된다.

대기업그룹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강화 등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안은 정치권에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지금보다는 의결권 제한이 강화되는 것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당초 계획에 비해서는 수위가 낮아진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이 ‘대기업 봐주기’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고 새누리당도 의결권 제한 강화가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할 수 있다.

중소기업에는 인력이 없고 대기업에만 몰리는 구직자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고용 유연성 제고방안은 감원과 임금 삭감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런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떠난 사람들의 재취업을 지원하거나 생계를 돕는 실업대책도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근로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파장이 예상되는 과제는 대학 구조개혁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대학 정원을 16만 명 정도 줄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를 위해 3년마다 대학을 평가해 최우수대학은 자율 감축, 나머지 대학은 강제로 정원을 줄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벌써부터 정부가 강제로 대학 정원을 줄이는 조치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수요자가 좋은 대학을 선택하도록 시장원리에 맡기면 될 텐데 구체적인 기준과 근거도 없이 무조건 구조개혁을 하라는 것은 정부가 대학을 분란의 장으로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사회적 갈등 해소에 최선 다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뼈대를 이루는 17개 중점과제가 한국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점에서 정부가 대체로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과제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결실은 맺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크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정부는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서 서비스업 육성 같은 큰 그림을 추진하지 않고는 한국 경제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규제는 완화하되 대기업의 독주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김희균·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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