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m² 작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은밀한 연주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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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가이 스튜디오 라이브’

12일 오후 서울 통의동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 모인 김충남 플러스히치 대표, 최정훈 오디오가이 대표, 피아니스트 한지연, 트럼페터 알렉스 시피아진(왼쪽부터). 한지연은 “환한 형광등이 좀 두렵다”고, 시피아진은 “작년엔 큰 무대(LG아트센터)에 섰지만 이번엔 작아서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2일 오후 서울 통의동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 모인 김충남 플러스히치 대표, 최정훈 오디오가이 대표, 피아니스트 한지연, 트럼페터 알렉스 시피아진(왼쪽부터). 한지연은 “환한 형광등이 좀 두렵다”고, 시피아진은 “작년엔 큰 무대(LG아트센터)에 섰지만 이번엔 작아서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경복궁 서쪽 동네, 서촌. 작은 갤러리와 디자인 회사, 건축 사무소가 몰린 아기자기한 예술의 거리, 서울 통의동에 비밀의 방 같은 작은 공연장이 있다.

차 두 대만 들어서면 ‘만차’가 되는 작은 건물 4층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신발부터 벗어야 한다. 소파가 놓인 거실이 이 공연장의 로비. 슬리퍼로 갈아 신고 오른쪽으로 몇 걸음 떼면 공연장 문이다. 공연장 넓이는 고작 70m². 거실과 사무실은 음향이 좋은 앨범을 만들기로 유명한 음반사 ‘오디오가이’의 것이고 미니 콘서트홀은 사실 그 녹음 스튜디오다. 이곳은 한 달에 한두 번 ‘오디오가이 스튜디오 라이브’가 열릴 때만 공연장이 된다. 상설된 그랜드 피아노 외에 보조의자 40개와 다른 악기 한두 개가 더 들어오면 꽉 찬다. 관객이 40명만 와도 매진. 입추의 여지가 없다.

출범 1년을 맞은 이 콘서트는 출연자에게도 낯설다. 대기실은 녹음실 밖 소파. 커피 한잔 들고 출입문을 지난 뒤 빼곡한 의자들을 또 지나 피아노까지 행진하면 그대로 ‘공연 시작’이다. 신비로운 무대 조명 따위는 없다. 환한 형광등 불빛 아래 관객과 연주자가 지척에서 민망하게 눈길을 부딪치며 교감한다. 초기에는 무모한 실험으로 여겨졌지만 음악 팬들의 입소문을 타며 인기 콘서트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2월 2일 피아니스트 허대욱의 콘서트를 시작으로 1년간 14회의 은밀한 연주회가 열렸다. 오정수, 김오키, 박윤우 같은 국내 실력파부터 빈센트 헤링, 이옥경 등 해외 유명 연주자까지 다양한 이들이 소파와 커피, ‘형광등 콘서트’의 주인이 됐다. “발가벗겨진 것처럼 낯설고 민망했지만 다른 공연에선 느끼지 못한 화학반응이 있다”는 게 연주자와 관객의 공통된 평이다.

‘마이크로 콘서트’라 일컬을 만한 이 시리즈의 공동기획자는 1976년생 동갑내기인 김충남 대표(재즈전문 공연기획사 플러스히치)와 최정훈 대표(오디오가이)다. “2010년 방문한 덴마크의 작은 음반사에서 사무실에 딸린 작은 공연장이 눈에 띄었어요. 마침 최 대표가 통의동에 스튜디오를 여는데 무려 2억 원짜리 ‘스타인웨이 D’ 그랜드피아노를 들인다는 거예요. 이거다 싶었죠.”(김 대표)

이들도 처음엔 공연의 성공을 반신반의했다. 대관료 안 드니 손해 볼 건 없었다. 입장료(회당 2만∼4만 원) 수입을 뮤지션과 두 회사가 일정 비율로 나누니, 연주자에게도 웬만한 클럽 공연보다 나은 출연료가 돌아갔다. 허대욱, 박윤우 트리오, 이지영-최은창 듀오까지 초반 공연이 연속 매진됐다. 관객이 열 명도 안 든 날도, “서서라도 보겠다”는 관객들 때문에 60명이 들어찬 날도 있었다. 음악 전문가인 두 기획자조차 이 날것의 콘서트에서 음악 듣는 새 관점을 체득한다고 했다. “컴컴한 객석에서 먼 무대만 보다 집에 가는 대신 관객들이 콘트라베이스의 나뭇결과 흠집까지 확인하면서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죠.”(최 대표) “예술의전당 VVIP석에 앉아도 잘 안 들리는 2억 원짜리 피아노의 생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까요. 하핫.”(김 대표)

‘스튜디오 라이브’ 1주년 기념 공연 준비물도 보조의자 40개다. 15일 여기서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 바딤 네셀로프스키(오후 4시), 러시아 태생 트럼페터 알렉스 시피아진과 한국인 피아니스트 한지연(오후 8시)의 재즈 연주회가 열린다. 4만∼7만 원, 02-941-1150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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