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월대보름… 부럼만 먹나요? 복쌈-진채식도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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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꼭 챙겨 먹은 음식들

우리 선조들이 정월대보름에 오곡밥, 부럼과 함께 챙겨 먹은 진채식(앞).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우리 선조들이 정월대보름에 오곡밥, 부럼과 함께 챙겨 먹은 진채식(앞).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오늘은 정월대보름.

지금이야 설날 한가위나 휴일이지만, 예전엔 어느 때 못지않은 큰 명절이었다.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 부럼 깨물기나 더위팔기는 요즘도 익숙하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조상들은 대보름엔 숫자 9와 연관돼야 길하다고 여겼다. 아홉 가지 나물을 먹고 마당도 아홉 번 쓸고, 심지어 밥도 아홉 차례 먹어야 건강하고 부지런히 산다고 믿었다.

선조들은 부럼 말고도 이날 꼭 챙겨먹는 음식이 있었다. 올해 밸런타인데이와 겹쳤다고 초콜릿은 아니다. 오곡밥에 원소병(圓小餠)과 진채식(陳菜食), 복쌈이 대표적이다.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의 전순주 호텔조리과 교수는 “이런 전통음식에는 오랜 세월 경험으로 축적된 조상들의 혜안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와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도움을 얻어 그 뜻을 되새겨봤다.

대보름 절식 가운데 하나인 복쌈. 월간 쿠켄 제공
대보름 절식 가운데 하나인 복쌈. 월간 쿠켄 제공
먼저 복쌈은 배춧잎이나 아주까리 잎, 김으로 밥을 싸 먹는 음식. 말 그대로 복을 싸서 먹는다는 의미다. 조선 순조 때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열량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복쌈을 ‘박점(縛占)’이라 부르며 김에 싸먹되 많이 먹어야 좋다고 소개했다. 경기 일부 지역은 김으로 싼 복쌈을 볏섬이라 부르기도 했다. 충남에서도 복쌈을 먹을 때마다 볏섬도 함께 쌓인다는 구전이 전해진다. 생김새도 닮았거니와 풍년을 바라는 농경사회의 소망이 담긴 것이다.

원소병은 소를 넣은 찹쌀반죽 떡을 꿀물이나 오미자 물에 띄워 먹는 일종의 디저트. 이름의 유래는 여럿인데, 한자 그대로 둥글고 작은 떡(圓小餠)이란 설과 중국에서 대보름을 지칭하는 원소(元宵)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있다. 위관 이용기(1870∼1933)가 1924년 펴낸 요리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삼국지연의에도 나오는 중국 원소(袁紹)가 좋아한 음식이라고 나온다.

이 요리를 대보름에 즐기게 된 배경에는 생김새가 닮은 달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음력에 바탕을 둔 세시풍속에서 보름달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소에는 견과류와 대추 유자청 계핏가루를 넣어 맛과 영양을 함께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진채식은 일종의 나물무침인데 조선 학자 홍석모(1781∼1850)가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등장한다. “박나물 버섯 따위를 말린 것과 콩나물순 순무 무를 묵혀 먹는 것을 이른다.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체로 지난해 가을 손질해 말려뒀던 나물을 재료로 쓰는데, 겨울철 채소 섭취가 쉽지 않던 시절을 견디는 훌륭한 수단이었다. 전 교수는 “겨울철엔 생체의 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진채식은 비타민이나 무기질을 공급하는 생활의 지혜였다”고 평가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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