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니스트라 신부 “바티칸이 늘 시끄럽다고? 교회는 항상 쇄신되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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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택 주교 서품식 참석차 방한 칸니스트라 ‘맨발 가르멜 수도회’ 총장 신부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의 맨발 가르멜 수도회 한국 관구 수도원 소성당에서 만난 사베리오 칸니스트라 총장 신부. 그는 같은 수도회 출신인 정순택 신부가 서울대교구 주교로 임명된 것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구 신부와 수도자의 조화를 통해 한국 교회의 풍요로운 발전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의 맨발 가르멜 수도회 한국 관구 수도원 소성당에서 만난 사베리오 칸니스트라 총장 신부. 그는 같은 수도회 출신인 정순택 신부가 서울대교구 주교로 임명된 것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구 신부와 수도자의 조화를 통해 한국 교회의 풍요로운 발전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교회는 항상 쇄신되어야 한다.”

최근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순택 주교의 서품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사베리오 칸니스트라 맨발 가르멜 수도회 총장 신부(56)의 말이다. 그는 5년 동안 정 주교와 로마에 있는 이 수도회에서 함께 일했다. 정 주교 서품식 다음 날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의 맨발 가르멜 수도회 한국 관구 수도원이자 영성문화센터를 찾았다.

이 수도회는 이스라엘 가르멜 산과 구약의 예언자 엘리야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중세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몇 명의 그룹이 가르멜 산에서 은둔 수도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유럽에서 크게 성장했다. 수도회 정신이 퇴색될 무렵 스페인 아빌라의 테레사 성녀(1515∼1582)가 엄격한 규율과 기도의 수도회 정신을 일깨워 맨발 가르멜 수도회로 다시 태어났다. 테레사 성녀는 특히 여자 수도회를 외부 출입을 금지하는 봉쇄(封鎖) 수녀회로 창립했다. 세계 100여 개국에 수도원이 있고, 남자 수도자는 4000여 명, 봉쇄 수녀회 수도자는 1만여 명이다. 국내의 경우 남자 수도회는 6곳, 여자 수도회는 8개의 봉쇄 수녀원이 있다.

오전 미사 후 식당에서 만난 신부들의 아침 식사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서품식과 여행, 심지어 영화까지. 지나 롤로브리지다, 소피아 로렌 등 옛 배우에 이어 김기덕 감독의 이름도 나왔다.

―어떻게 한국 영화를 아나.

“김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빈집’을 본 적이 있다. 불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졌지만 우리가 지은 죄와 이에 대한 책임을 다룬 영화로 느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같은 ‘로마 주민’이다. 바티칸은 개혁 때문에 늘 시끄러운 것 같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에 의하면 교회는 항상 쇄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회는 항상 복음과 사람이 핵심인데 인간의 역사 안에서는 이를 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교황이 날린 비둘기가 까마귀에게 공격당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바티칸 개혁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것 아닌가.

“하하,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 해석은 과장된 것이다.”

―종교가 세계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종교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세속적인 힘도 있고, 인간 내면의 성찰을 유도해 하느님에게 향하도록 하는 면도 있다. 예수님께서는 교회를 이 세상의 왕국으로 만들거나 권력의 중심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종교 때문에 싸우나.

“종교 자체보다는 종교를 이해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분쟁의 원인은 종교가 아니라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지향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젊은 사람들이 종교를 외면하고 있다.

“당연하다. 이미 서구 사회에서는 교회의 역할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전통이자 생활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옵션’이 됐다. 교회 안에 머물러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황의 말처럼 나가서 손님을 맞아야 한다.”

▼ 사베리오 칸니스트라 총장 신부 이력

△1958년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지방의 카탄차로 시 출생

△대학에서 언어학 전공 뒤 출판사 근무

△1985년 가르멜 수도회 입회(이탈리아 토스카나 관구)

△1990년 종신 서원

△1992년 사제 수품

△2008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관구장 선출

△2009년 맨발 가르멜 수도회 총장 선출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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