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후배 업고 1년 등교… 착한 선배의 졸업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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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천곡중 3학년 임우석군, 다리 불편한 1학년 김동환군 도와
졸업식서 신발선물-선행상 받아

울산 천곡중 3학년 임우석 군이 몸이 불편한 1학년 김동환 군을 1년간 업어서 등교시켜 미담이 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제공
울산 천곡중 3학년 임우석 군이 몸이 불편한 1학년 김동환 군을 1년간 업어서 등교시켜 미담이 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제공
“1년 동안 아들을 업어 준 학생들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13일 오전 울산 북구 천곡중(교장 김윤갑)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이례적인 시상과 함께 선물 전달식이 열렸다. 몸이 불편한 1학년 후배를 1년간 업고 등교시켜 준 3학년 졸업생에게 선행상과 함께 신발을 선물로 줬다.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날 상과 선물을 받은 주인공은 3학년 임우석 군(16). 임 군은 혼자 걷기가 어려운 1학년 김동환 군(14)을 아침마다 업고 등교했다. 김 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감기 후유증으로 생긴 근육마비질환으로 손발이 불편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은 의족으로 걸을 수 있지만 혼자서는 3층 교실까지 가기 어렵다.

임 군은 지난해 3월 1학년 후배가 어머니에게 업혀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임 군은 “어디 가시냐고 어머니에게 여쭤보니 아들 다리가 불편해 3층 교실까지 업고 올라간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워 도와드리겠다고 했다”며 “담임선생님께 말씀 드려 1년간 동환이를 부축하거나 업어서 교실까지 데려다 줬다”고 말했다. 임 군은 “처음에는 동환이 다리가 많이 불편해 겨우 서 있을 정도였는데 2학기 들어 재활치료로 많이 좋아져 무척 기쁘다”고 덧붙였다.

선행에는 김 군과 같은 반인 한태희 군(14) 등도 동참했다. 부모가 교문까지 김 군을 차로 데려오면 학생들은 교문에서 교실까지 김 군을 업었다. 이동수업이나 점심시간에는 급우들이 김 군을 부축해줬다. 김 군 어머니 변기연 씨(49)는 “학교에 폭력이나 왕따만 있는 게 아니라 착한 마음씨를 가진 학생이 많다”며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변 씨는 1년간 아들의 발이 되어준 임 군에게 신발을 선물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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