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청소년 공원 줄여 습지 만들자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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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폭우대비 예산 10억 확보했지만
쪽지 예산으로 간신히 국비 얻어… 침수피해 막는 습지공원 검토
일부선 “타당성 조사 없어 무리”

대전 서구 둔산신도시 내 샘머리공원에 조성된 청소년 레포츠광장이 수해 방재시설 공사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 서구 둔산신도시 내 샘머리공원에 조성된 청소년 레포츠광장이 수해 방재시설 공사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시가 민주당 박범계 의원(대전 서을)이 올 1월 1일 국회에서 ‘쪽지 예산’으로 확보한 10억 원의 쓰임새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예산을 딴 의원, 예산을 써야 하는 대전시, 이를 지켜보는 시민의 생각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 “쪽지 예산으로 국비 10억 원 확보”

올해 1월 1일 새벽 박 의원이 새해 예산 국회 의결 과정에서 지역구인 서구 둔산동 샘머리공원의 저류공원 조성사업비 10억 원을 끼워 넣어 통과시키면서 이른바 ‘쪽지 예산’을 확보했다. 이 예산은 대전시가 원했던 것이다. 시는 2011년 여름 대전지역에 시간당 59mm의 폭우로 한밭대로가 침수되자 이 인근 샘머리공원을 저류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를 위해 샘머리공원 2만5000m²에 조성된 청소년종합레포츠센터 시설을 거둬내고 저류 습지공원을 조성하거나 공원 밑에 우수저수탱크 시설을 갖추는 계획을 세웠다. 평소에는 습지공원으로 사용하다가 홍수 때 물을 가둬둔다는 취지였다.

시는 이를 위해 5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지난해 국비 25억 원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로부터 ‘침수피해 예방을 위한 예산은 국토부가 아닌 소방방재청 예산으로 편성돼야 한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이를 박 의원이 살려낸 것.

박 의원은 “샘머리공원에 원형 또는 부정형의 습지를 조성하고 실개천 도랑, 노랑꽃창포 및 붓꽃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심고 이를 관찰할 수 있는 산책길, 그늘목, 퍼걸러, 목재덱 등 편의시설도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습지공원이 조성되면 둔산동 한밭대로의 침수 예방은 물론이고 샘머리공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광장 또 사라질라” 우려

그러나 박 의원 측은 이 과정에서 대전시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대전시는 방재를 위해 공원에 저수탱크 건설, 습지공원 조성 등 여러 방식을 검토했으나 박 의원 측은 ‘습지공원’으로 못 박았다.

특히 습지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선 2004년 조성한 청소년복합레포츠시설 일부의 철거가 불가피하다. 대전시는 당시 청소년들의 도전과 모험정신을 기르고 건전한 여가 및 놀이문화, 레포츠 휴식공간 제공을 위해 10억 원을 들여 인라인스케이트장, X-게임장, 분수대 등 4개의 시설과 여섯 가지 부대시설을 조성했다. 이는 중부권 최대 청소년레포츠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습지공원이 조성될 경우 시민의 레포츠공간이었던 둔산 남문광장이 무빙셸터 시설로 사라진 뒤 그나마 둔산신도시의 유일한 광장마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우회 대전시 서구의회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사업은 도시재해 저감사업 명분으로 추진됐으나 전문가의 타당성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습지공원은 인근 한밭수목원에 있는데도 10억 원을 투입한 청소년 레포츠 공원을 없애고 수십억 원을 더 들여 엉뚱한 시설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시는 13일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다양한 의견을 들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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