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企-시장경제’ 양대 키워드로 성장 재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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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경제혁신 17개 중점과제]
경제도 비정상의 정상화… 규제개혁-내수활성화에 초점

《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뼈대로 잡은 17개 중점과제는 ‘공사 기간은 있지만 완공을 장담하기 힘든 거친 토목공사’에 비유된다. 한국 경제의 약점을 보완해 끊어진 ‘성장의 사다리’를 이으려는 취지지만 하나같이 사회적 타협점을 찾기 힘든 중장기 과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체질을 바꾸는 근본적 개혁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할 수 없다고 보고 이들 과제를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계획이다. 》  

○ 대통령 지시 5주 만에 로드맵 마련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3개년 계획 구상을 밝힌 지 불과 5주일 만에 중점과제 선정을 마쳤다. 기업의 투자 의욕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을 바꾸기 위해 시장에 충격을 주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정책 중 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한 과제를 추려내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해 우선적으로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과제 선정 때 정부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이제부터 뛰어보자’는 공감대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비정상적 경제행위들이 사회 통합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 주체들이 불공평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2.0%)과 2013년(2.8%) 연속 2%대에 머물렀다. 기업들이 돈을 금고에 쌓아두기만 하고 투자를 하지 않아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1.5%를 나타냈다. 국가채무가 480조 원을 넘는 등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져 나랏돈을 써 경기를 부양하기도 쉽지 않다. 기재부 당국자는 “경제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잠재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도 힘들 것”이라며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과 시장경제가 키워드

17개 중점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소기업’과 ‘시장경제’다.

우선 정부는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벤처 투자, 일자리 창출, 사회적 대타협 같은 정책들을 긴 안목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런 과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면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개선되고, 그 결과 고용이 늘어나는 동시에 대기업과의 상생이 가능해진다는 시나리오다.

초중등 교육제도를 개혁해 대학 진학과 대기업 취직이 전부인 양 보는 시각을 바꿔 어릴 때부터 유연한 사고를 갖도록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젊은이들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거나 유망한 중소기업에 대거 취직함에 따라 일자리는 있는데 구직자가 없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제도는 과거 한시적 세제 혜택이나 임금 보전 같은 일시적 대책이 많았다. 이번 3개년 계획에는 중소기업이 시장 내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방안이 담겼다. 유통구조를 개혁해 중소기업들이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또 자영업자들이 망하지 않고 살아남아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자금을 지원하거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른 키워드는 시장경제다. 불합리하거나 비정상적인 관행으로 흐트러진 자본주의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남아 있는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규제를 개선하거나 의료, 교육, 금융, 관광, 소프트웨어 등 이른바 5대 서비스 산업을 얽매는 규제를 푸는 과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서비스업 대책은 ‘이 분야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마련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세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영리병원 도입 등 파격적인 방안이 나올 경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서비스산업이 일반 제조업보다 고용창출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매출이 10억 원 늘어날 때마다 일자리가 7명 이상 늘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매출이 그만큼 늘어도 고용은 1명도 채 늘지 않는다. 서비스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인 반면 자동화설비로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은 매출이 늘어도 추가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공계 우수인재를 육성하고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은 기술 발전이 지속가능한 성장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정책이다. 1970년대 정부 주도로 중화학공업을 육성할 때 이공계 인재가 국가 경제 발전의 주역을 맡았던 것처럼 향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3개년 계획은 장기 과제인 만큼 단기 실적이나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끈질기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홍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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