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 고전연극 흥행돌풍,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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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하녀들’ 연일 만원사례… 소극장공연 드물어 관객 몰린듯

11일 보조석까지 가득 찬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연출가 이윤택 씨(오른쪽)가 연극 ‘수업’에 대한 배경과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연희단거리패 제공
11일 보조석까지 가득 찬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연출가 이윤택 씨(오른쪽)가 연극 ‘수업’에 대한 배경과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연희단거리패 제공
“어려워도 꼭 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연희단거리패와 이윤택 연출에 대한 믿음도 컸고요.”(이수림·21·여)

“주인공 이승헌 씨 때문에 왔어요. 이전에 출연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봤는데 연기를 정말 잘해서 깜짝 놀랐거든요.”(곽영현·20·여)

11일 오후 7시 반 연극 ‘수업’을 공연하는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매표소 앞은 30여 명의 관객들로 북적였다. 이 연극을 보러 온 이유를 묻자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70석짜리 소극장엔 이날 100여 명이 몰려 보조석을 두 줄 더 설치해야 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같은 극장에서 공연한 ‘하녀들’도 하루 130여 명이 몰려 연일 보조석을 놓아야 했다. 공연 비수기인 1, 2월에 대학로 소극장의 고전연극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수업’은 현대부조리극의 거장 에우제네 이오네스코의 작품. 교수와 여학생이 수업을 하다 소통 불능에 빠지면서 광기가 극에 달하고 결국 살인까지 벌어진다. 장 주네의 ‘하녀들’은 마담이 외출한 사이 두 하녀가 마담을 흉내 내는 연극을 하는 내용으로 인간의 욕망과 결핍을 그렸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달 공연할 경우 매일 유료 관객이 30명은 와야 ‘본전’이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하녀들’ ‘수업’에 매일 100명 넘는 관객이 찾은 것은 ‘대박’인 셈.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조리극에 관객들이 몰리자 극단 측도 놀라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윤택 씨는 “고전연극은 연극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지만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이런 희소성 때문에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날 연극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에게 간단히 작품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1993년 프랑스의 소극장에서 ‘수업’을 봤는데 당시 36년째 이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초연 때 여학생으로 출연한 배우가 계속 연기해 80대가 됐더라고요. 교수 역은 초연 배우가 세상을 떠나 두 번째 배우가 맡았는데 50대였죠.”

객석 여기저기서 “오∼” 하는 탄성이 쏟아졌다. 한국에서는 2002년 초연 때부터 이승헌이 교수 역을 맡고 있다. 관객 김대웅 씨(23)는 “이승헌 씨의 발음, 동작, 눈빛, 집중력은 무섭도록 뛰어나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이 씨는 “‘하녀들’ ‘수업’에 내년부터 사뮈엘 베케트의 ‘오! 해피데이’를 추가해 겨울 레퍼토리 3부작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수업’은 16일까지. 2만∼3만 원. 02-763-1268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수업#하녀들#소극장#고전연극#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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