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두명 들었을때 전직원이 나와 배웅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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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명소 ‘씨네큐브’ 여직원 3인이 말하는 흥행 비결

씨네큐브의 성공 신화를 만든 티캐스트의 극장영화사업팀. 왼쪽부터 박지예 팀장, 고아라 사원, 최경미 과장. 송유진 과장은 베를린영화제 출장으로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씨네큐브의 성공 신화를 만든 티캐스트의 극장영화사업팀. 왼쪽부터 박지예 팀장, 고아라 사원, 최경미 과장. 송유진 과장은 베를린영화제 출장으로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씨네큐브 신드롬이라고 할 만하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흥국생명빌딩 지하 상영관 씨네큐브가 예술영화의 새 장을 열고 있다. 대기업 멀티플렉스가 외면한 영화도 씨네큐브가 걸면 흥행이 된다. 최근작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 12월 개봉)와 ‘마지막 4중주’(2013년 7월)는 관객 1만 명이 넘었다. 예술영화는 1만 명이면 대박으로 치는데, 2개관(1관 291석, 2관 71석)만으로 거둔 성과다. 예술영화 한 편 매출 중 씨네큐브의 비중이 3분의 1이 넘는 사례도 있다.

씨네큐브는 전체 관객의 절반이 30∼50대 중장년 여성이다. 평일 오후 시간에는 브런치를 먹고 찾아오는 여성 단체 관람객이 많다. 이들에게 씨네큐브 방문은 고급문화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영화계 유명인사도 자주 들른다. 이창동 박찬욱 임상수 감독, 배우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이 단골이다. 얼마 전에는 가수 아이유가 ‘인사이드 르윈’을 보러 왔다.

이런 문화를 빚어낸 주역은 씨네큐브를 운영하는 태광그룹 계열사 티캐스트의 극장영화사업팀 여성 4인방. 영화 수입과 극장 운영을 담당하는 이들은 박지예 팀장, 최경미 과장, 송유진 과장, 고아라 사원이다. 최근 이들을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처음부터 씨네큐브에 관객이 넘치지는 않았다. 2000년 12월 문을 연 씨네큐브는 2009년 9월 운영주체가 위탁업체였던 수입배급사 백두대간에서 티캐스트 직영으로 바뀌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극장이 문을 닫았다”는 소문이 퍼져 관객이 끊겼다.

“2009년 여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조용한 혼돈’의 첫 상영에 관객이 한 명도 없었어요. 같은 시기 상영한 인도 영화 ‘블랙’의 관객이 2명이었는데, 극장 직원이 모두 나와 관객을 배웅했어요.”(최 과장)

관객이 없어도 ‘예술영화는 씨네큐브’라는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개관 기념일에 즈음한 매년 12월 세계 주요 영화제 수상작 등을 모아서 상영하는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열었다.

2011년 7월 개봉한 ‘그을린 사랑’부터 관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씨네큐브에서만 2만9000명, 전국 관객 6만8000여 명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감독과 배우 모두 무명에 가까웠지만, 근친상간을 다룬 충격적인 내용과 입소문으로 대박이 났죠.”(박 팀장)

2012년 말 개봉한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싼값에 사들여 대박을 낸 경우다. 시나리오만 보고 영화를 선(先)구매했는데, 예술영화는 완성 전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극히 이례적이다. 그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타면서 관객이 몰려들었다.

영화 이름에도 특별히 공을 들인다. 프랑스어 제목 ‘앵상디(incendies·큰불)’는 ‘그을린 사랑’이란 묘한 느낌의 영화로 다시 태어나 바람을 일으켰다. 캐나다 영화 ‘테이크 디스 왈츠(Take This Waltz·이 왈츠를 받아줘요)’는 ‘우리도 사랑일까’로 바꿔 대박이 났다. 고 씨는 “궁금증과 의문을 던지는 제목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했다.

영화관의 주 관객은 고(高)학력, 고연령층으로 아날로그 마케팅이 효과적이다. 관객은 극장에 비치된 전단을 보고 다음 영화를 고른다. 그래서 씨네큐브 전단은 멀티플렉스 전단보다 정보량이 많고, 촌스러운 원색보다는 무채색의 고급스러운 색감을 쓴다. 디테일한 마케팅이 큰 성과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학과 4학년
#씨네큐브#흥행#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마지막 4중주#예술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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