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멧돼지 사냥개 끌고 와서 “원금의 10배 갚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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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선시장 악덕사채업자 구속

“아줌마, 돈 빨리 갚아야지.”

2007년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삼선시장의 한 통닭집에 들어온 사채업자 박모 씨(68)는 주인 A 씨(54·여)를 을러댔다.

박 씨는 탁자 위에 신문지로 싼 길이 35cm의 회칼을 올려놓았다. 여기에 A 씨를 주눅 들게 한 게 또 있었다. 박 씨가 데려온 송아지만 한 몸집의 개였다. ‘그레이트데인’이란 이 개는 다 크면 몸무게가 75kg이 나갈 정도로 덩치가 좋고 힘이 세 원산지 독일에서는 멧돼지 포획용 수렵견이나 투견으로 이용된다.

A 씨가 2007년 급전이 필요해 박 씨에게 300만 원을 빌린 게 화근이었다.

협박에 시달리다 못한 A 씨는 결국 2009년 6월 가게를 정리하면서 보증금 2000만 원을 포함해 총 3000만 원을 갚았다. 당초 원금의 10배에 달하는 금액. 박 씨에게 급전을 빌려 썼다가 제때 갚지 못한 시장 상인들은 A 씨와 비슷한 수모를 당했다. 상인들은 박 씨가 항상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빗대 ‘개××’란 별명으로 불렀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2004년부터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시장 상인들에게 연 450%라는 고율의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제때 갚지 못하면 협박을 일삼은 혐의(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박 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삼선시장#사채업자#사냥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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