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올림픽 2연패, 그 전설의 꽃이 또 피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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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국내 5번째 금자탑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뒤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는 이상화(가운데). 소치=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뒤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는 이상화(가운데). 소치=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승리의 순간에 그는 몇 차례 눈시울을 붉혔다. 11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이상화(25)였다.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그는 “그동안 훈련해온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졌다”고 설명했다.

흔히 정상에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이상화는 잃을 게 없다는 홀가분한 상태로 레이스를 펼쳐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4년 동안의 준비 과정은 하루하루가 인내심의 시험무대였는지 모른다. 주위의 높아진 기대에 따른 부담감은 오죽 컸을까.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한 뒤 불과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상화의 머릿속에는 때론 고통스러웠던 지난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타이틀 방어는 쉽지 않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여름과 겨울 올림픽에서 이상화처럼 개인 종목 2연패에 성공한 경우는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김기훈과 전이경은 남녀 쇼트트랙에서 달성했다. 진종오는 사격 권총 50m에서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황경선은 2012년 런던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딴 뒤 “날아갈 것 같다”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소감을 밝혔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여고남저’의 우먼파워가 여기에도 적용될 만하다. 그동안 골프, 양궁, 구기 종목 등 주요 국제무대에서 여성 스타들의 활약상은 두드러졌다. 그들은 한국 스포츠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어떤 목표를 이룬 뒤 찾아오는 허탈감을 떨쳐내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탁월한 능력이라도 지닌 걸까. 인하대 김병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여자 선수들은 외적동기를 내면화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한국에선 여자 선수들이 남자처럼 훈련하면서 자신감을 높이기 쉽다”고 말했다.

심권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레슬링에서 우승한 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체급을 올려 다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감량의 고통이 수반되는 체급 종목에서는 체중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심권호는 “처음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4년 동안 동면(冬眠)에 들어갔으면 했다. 현재 몸 상태가 다음 대회 때도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2연패를 노렸던 역도 사재혁과 장미란, 수영 박태환 등은 아쉽게 그 꿈을 접었다.

이상화는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결국 당신은 이길 것이다’라는 책을 가져갔다. 그 제목을 현실에서 성취한 이상화의 뒤를 이어 다음 주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가 2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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