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기대 학생들 지식, 해킹-돈세탁 악용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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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라튜 美북한인권위 총장 경고… 박찬모 총장 “北개방에 도움” 반박

남북 첫 합작 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북한 학생들이 배운 지식이 김정은 체제를 강화하고 국제사회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사진)이 11일 경고했다. 영국 BBC 방송이 최근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평양과기대에서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자유시장 개념도 가르친다고 보도한 이후 미국 내 우려를 반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스칼라튜 총장은 이날 HRNK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에 대한 건설적인 분노(constructive enragement) 대 건설적인 포용(constructive engagement)’이라는 글에서 “그들이 배우는 기술, 특히 영어와 컴퓨터 공학, 국제금융과 경영학 등은 사이버 전쟁 수행이나 체제 유지에 필요한 국제 불법행위(불법 금융거래 등)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정권이 왜 건강하고 총명하고 충성심이 강한 엘리트의 아들들인 평양과기대 학생들을 군 복무에서 면제시키겠느냐”고 반문했다.

스칼라튜 총장은 “평양과기대 학생들이 북한이라는 국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까 아니면 김씨 왕조를 영속화시킬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후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김진경 평양과기대 총장은 최근 미국에 와 ‘학교 내부에서 우리는 진정 자유를 향유한다’고 말했지만 최근 이 대학의 미국인 부부 교수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비자 연장을 거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장이 거부된 이유는 해당 여교수가 교실에 북한 헌법을 출력해 들어가서 ‘이것이 정말 충분히 지켜지고 있느냐’고 물었기 때문”이라며 평양과기대 교수들이 통제를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때 HRNK 공동의장으로 활동했던 스티븐 솔라즈 의원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건설적인 포용(무비판과 감싸기)’보다는 제재 강화 등을 통한 ‘건설적인 분노’가 필요하다고 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에도 ‘건설적인 포용’보다 제재를 강화하고 돈줄을 조이는 ‘건설적인 분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칼라튜 총장의 우려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과학기술특별보좌관을 지낸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은 “평양과기대 안에서는 인터넷이 자유롭게 허용돼 학생들이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을 보면서 공부한다”며 “이들은 북한 내에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장점을 가장 잘 이해하는 엘리트 학생들로 반드시 북한의 개방과 국제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김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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