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도낀개낀’과 ‘도 긴 개 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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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손진호 어문기자
내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부럼을 깨물고 약밥, 오곡밥을 먹는다. 이날 마시는 술을 귀밝이술이라고 한다. 음식은 개인의 건강을 기원하는 게 많다. 그러나 행사는 반대다.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지신밟기 등 마을 전체가 나선다.

윷놀이도 설에는 주로 집안끼리 하지만 대보름날에는 마을 전체나 문중이 참여한다. 널따란 마당에 멍석을 깔고 남녀노소가 윷을 던지며 풍년을 기원한다.

윷에는 가락윷 밤윷 콩윷 등이 있다. 가락윷은 또 장작윷과 싸리윷으로 나뉜다. 장작윷은 길이 20cm 정도에 지름 3∼5cm의 소나무를 쪼개 만든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윷이다.

많은 이들이 윷놀이를 할 때 ‘도낀개낀’ ‘도찐개찐’이란 말을 쓴다. 틀린 말이다. 선뜻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도 긴 개 긴’이 바른 표현이다. ‘긴’은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가 잡을 수 있는 거리. 따라서 ‘도 긴 개 긴’은 도로 간 거리나 개로 간 거리나 별 차이가 없어 ‘거기서 거기’라는 뜻이다. 오십보백보와 그 의미가 오십보백보다.

‘난다 긴다’는 말도 윷놀이에서 나온 것임을 아시는지. ‘난다’는 윷놀이 판의 말이 나는 것이고, ‘긴다’는 긴에 있는 상대편 말을 잡는 것이다. 즉 ‘난다 긴다 하는 사람’은 원래 ‘윷놀이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재주나 능력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이맘때쯤이면 마을 어귀에 ‘대보름맞이 주민화합 척사대회’라는 선전막이 걸리곤 한다. 척사(擲柶)의 척은 ‘던지다’, 사는 ‘윷짝’을 뜻한다. 글자 그대로 ‘윷짝 던지기’인데 요즘은 ‘윷놀이’에 거의 밀려났다.

윷판의 말이 머무는 자리를 ‘밭’이라 하며 도는 한 밭, 개는 두 밭, 걸은 세 밭, 윷은 네 밭, 모는 다섯 밭을 간다. 윷과 모는 ‘사리’라 하여 던질 기회를 한 번 더 얻는다. 그래서 윷이나 모가 나오면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일주일 뒤면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남북 이산가족이 만난다. 몇 년에 한 번씩 찔끔찔끔 만나는 ‘도 긴 개 긴’ 같은 상봉 말고, 원하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리’ 같은 상시 상봉은 안 되는 건지….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정월 대보름#도낀개낀#윷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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