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문병기]선진국으로 가는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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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경제부 기자
문병기 경제부 기자
얼마 전 브라질의 한 시사 잡지에 한국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우리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나?’란 제목의 이 특집 기사는 40년 전만 해도 비슷했던 한국과 브라질의 중산층 생활수준에 큰 차이가 생겼다는 내용을 다뤘다.

브라질의 대표적 상업도시 상파울루와 서울의 중산층 가정을 보면 월급은 한국 중산층이 평균 3900달러(약 418만 원)로 브라질 중산층 월급 1214달러(약 130만 원)의 3배를 넘는다. 양국의 소득 수준 역시 크게 벌어졌다. 1970년대 중반까지 양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000달러 수준으로 별 차이가 없었지만 현재는 한국이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브라질(1만1000달러)보다 훨씬 많다. 이 잡지는 기사 말미에 경제성장이 정체된 브라질이 중진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잡지의 설명처럼 한국은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난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세계은행은 101개국의 1960∼2008년 1인당 GDP를 분석한 결과 중진국의 함정을 극복한 국가는 한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13개국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쭐한 기분이 드는 한편으로 의문이 생긴다. 그럼 이제 한국은 이대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걸까?

얼마 전 만난 한 국제금융 전문가는 한국을 ‘프런티어’ 국가로 분류했다. 중진국들에 비해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한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든 다시 미끄러질 수 있는, 선진국과 중진국 사이의 불안정한 회색지대가 현재 한국의 위치라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한 사다리를 오르는 속도가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인구 고령화가 한국 경제의 어깨를 짓누르는 사이 정부의 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경기에도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는다.

앞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국가들이 한국과 비슷한 경제 수준일 때 보였던 행보를 살펴보면 불안감이 더욱 커진다. 독일은 4년, 일본과 스웨덴은 5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늘어난 반면에 한국은 6년째 2만 달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일 막을 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서비스 산업과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교육 개혁을 통한 창조경제 육성 등이 대표적이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는데도 몇 년째 진전이 없는 과제들이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 씨는 10년 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2019년까지가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목표 시점으로 삼은 2020년과 큰 차이가 없다. 과연 10년 뒤에는 외신에서 ‘한국은 어떻게 선진국이 됐나’란 기사를 볼 수 있을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
#선진국#브라질#중산층#프런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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