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정부의 첫 南北 고위급 접촉 상호경청 의미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고위급 접촉이 어제 판문점에서 열렸다. 정부 관계자는 “테이블에 남북관계에서 논의될 수 있는 거의 모든 현안을 올렸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한 논의는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 2007년 이후 7년 만에 열린 고위급 대화에서 남북이 밤늦게까지 상호 관심사에 대해 충분히 경청했다면 비록 큰 합의가 없었어도 의미 있는 일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북한의 속내를 냉철히 짚어보고 차분하게 접촉을 이어가야 한다.

북한은 지난 주말 청와대 당국자가 참석하는 접촉을 전격 제안하며 비공개로 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 측이 반대해 결국 공개 접촉이 됐지만 어쩌면 청와대와 은밀하게 직거래 빅딜을 하고자 하는 중대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 그만큼 북한 사정은 다급하다. 북한은 꼭 1년 전인 작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에 중국마저 등을 돌려 유엔제재에 동참하면서 실질적으로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가 됐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의 안정을 위해선 외부 수혈이 절실한 만큼 북측은 한국이 마구 퍼주던 호시절이 그리울 것이다.

김규현 대통령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선 회담은 남북의 의중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북한은 최근 김 제1비서의 신년사와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천명하고 상호 비방·중상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키리졸브 한미군사연습을 이산가족상봉과 연계시키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여 진정성을 의심받아 왔다. 대남 유화 제스처를 보여도 북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한, 그 의도는 김정은 독재체제 유지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9년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비밀접촉에서 정상회담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까지 하고도 결국 무산된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관계가 틀어진 건 그 전 정권의 일방적인 대북지원을 수정하려 들자 북한이 도발로 격렬히 대응했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살해사건과 핵실험, 미사일 발사,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잇달아 저질렀으니 우리 측이 지원과 경협을 중단한 건 당연했다. 이런 사안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는 헛된 꿈이다. 북한이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박근혜#판문점#남북관계#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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