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윤영선 “중국 리그행 좌절 잊고 골 넣는 수비수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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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1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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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수비수 윤영선이 중국 허난 젠예로 이적 불발된 아쉬움을 털고 성남의 주전경쟁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사진제공|성남FC
성남 수비수 윤영선이 중국 허난 젠예로 이적 불발된 아쉬움을 털고 성남의 주전경쟁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사진제공|성남FC
■ 성남 윤영선

中 리그 이적 앞두고 메디컬테스트에 발목
“아이들 애교에 마음속 응어리 다 녹았지만
아내에게 늘 미안…입대 전 결혼식해야죠”


성남FC 중앙수비수 윤영선(26)은 지난 달 말 롤러코스터를 탔다.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허난 젠예 이적을 눈앞에 뒀다. 인생에서 처음 맞는 해외진출이라 기대가 컸다. 성남은 1월22일 이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발표했다. 이적료와 연봉 등 세부협상이 다 끝나고 메디컬테스트만 남았을 때 보도자료가 나온다. 이적이 99% 확실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1%의 가능성이 윤영선의 앞길을 막았다. 생각지도 않았던 메디컬테스트가 발목을 잡았다.

“처음에 메디컬테스트에서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설마 무슨 일이 생길까 싶었죠.”

11일(한국시간) 성남의 해외 전훈지인 터키 안탈리아에서 만난 윤영선은 담담하게 그 때 일을 회상했다.

“축구선수치고 무릎연골이 100%인 사람이 어디 있어요. 더구나 매일 점프하는 게 일인 수비수인데요. 그동안 철저히 왼 무릎에 대해서 보강운동을 했고, 국내 전문가들도 모두 수술은 필요 없고 근력 운동만 꾸준히 하면 괜찮다고 했거든요.”

그러나 허난 구단 관계자는 “이렇게 연골이 닳았는데 어떻게 한 시즌 30경기를 소화했느냐”고 했다. 윤영선은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한 지금에서는 중국 구단을 이해한다. “사실 제가 FA(자유계약)도 아니고 이적료를 주고 데려가는 건데…. 그 쪽에서는 완벽하게 하고 싶었겠죠.”

하지만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1주일이 한 달 같았다. 결국 돌아온 대답은 노(No). 눈앞이 캄캄했다. 아내와 큰 딸, 둘째 아들 얼굴이 스쳐갔다. 허난에 처음 도착했을 때 공기가 너무 탁해 ‘과연 가족들을 데려와도 되나’ 고민했던 게 떠올랐다. 그 고민을 할 때가 차라리 행복했다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동갑내기 아내 장루시아 씨는 뜻밖에 담담했다. “앞으로 더 큰 기회가 찾아올 거니 얼른 돌아오라”는 말에 윤영선은 뭉클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다시 성남으로 가야 했다. 중국으로 떠나기 전 작별인사를 할 때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주던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떠올랐다. 창피해서 도저히 못 돌아갈 것 같았다. 그 때 코칭스태프들에게 ‘처음이 두렵지 그 다음부터는 괜찮다’고 문자가 왔다. 박진호, 임채민 등 동료들도 ‘다시 시작하자’고 어깨를 두드렸다. 윤영선은 용기를 내서 성남 유니폼을 다시 입을 수 있었다.

● 가족이 있기에

윤영선이 중국에서 돌아올 때쯤 성남은 안탈리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윤영선은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1주일을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했다. 마침 설 연휴였다. “축구 시작하고 처음으로 설을 가족들과 함께 보냈네요.”

큰 딸 슬아(4)의 애교에 마음속 응어리가 눈 녹듯 사라졌다. 7개월 된 아들 지호를 보며 더 힘을 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윤영선은 2월 초 안탈리아 팀 훈련에 합류했다. 독하게 몸을 만들었다. 그는 11일 동유럽 강호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 연습경기에서 전반 45분을 뛰었다. “쥐가 올라와 죽는 줄 알았어요.” 엄살 부리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정상 컨디션의 60∼70% 수준이지만 하루하루 몸이 만들어져 가는 것을 느끼며 머리는 점점 맑아진다.

윤영선은 아내에게 갚을 빚이 있다. 윤영선은 나이에 비해 가정을 일찍 꾸렸다. 2010년 아내를 만나 교제하다가 이듬 해 여름 큰 딸 슬아를 봤다. 제대로 결혼식도 못 올렸다. 윤영선은 앞으로 2∼3년 안에 군대를 가야 한다. 그 전에 아내에게 근사한 웨딩드레스를 입혀줄 생각이다. 슬아와 지호가 꽃돌이, 꽃순이로 결혼을 축하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일단 올 시즌은 주전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우선이죠. 부상 없이 전 경기 출전하는 게 목표에요. 올해는 상위그룹도 들어야하고 기회 되면 FA컵이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노려보고 싶어요.”

윤영선은 작년 36경기를 뛰며 프로 데뷔 골을 포함해 2골을 터뜨렸다.

“수비가 골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세트피스잖아요? 찬스만 오면 물론 넣고 싶죠. 곽태휘 선수(알 힐랄) 플레이를 자주 봅니다. 대표팀에서나 소속 팀에서나 크로스가 꼭 곽태휘 선수에게 가는 게 신기해요. 그 비결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골이요? 제가 수비수인데 일단 안 먹는 게 중요하죠. 그래도 넣을 수 있다면 3골쯤이요? 하하.”

안탈리아(터키)|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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