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다양한 캐릭터 도전, 연기 욕심이냐고요? 오히려 욕심을 버린 거죠”

  • Array
  • 입력 2014년 2월 13일 07시 00분


40대로 들어서며 더욱 더 진한 향기를 풍기는 배우 문소리. 또래 여성들이 겪는 성과 사랑의 이야기 ‘관능의 법칙’에서는 한층 과감하고 세련된 연기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40대로 들어서며 더욱 더 진한 향기를 풍기는 배우 문소리. 또래 여성들이 겪는 성과 사랑의 이야기 ‘관능의 법칙’에서는 한층 과감하고 세련된 연기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영화 ‘관능의 법칙’ 문소리

40대 여자들의 성과 사랑…엄정화·조민수와 호흡
노출 수위 본 남편 장준환 감독 “좀 놀랐습니다”
대학원 과제로 손수 단편영화 제작…학업도 열심
스크린 밖에선 30개월 된 딸자랑 여념 없는 엄마


말의 속도가 빠른 건 그만큼 솔직하다는 의미다. 자신의 말을 거르거나 애써 꾸며 표현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우 문소리(40)가 그렇다. 연기, 학업, 남편, 딸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는 말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며 그의 이야기를 전부 받아 적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상 자체가 분주한 스타일”이라며 웃는 그에게선 40대에 이르러 더욱 진한 향기를 내는 여배우의 매력이 함께 배어났다.

새해 문소리의 첫 선택은 ‘관능의 법칙’이다. 40대 여자들이 겪는 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문소리는 남편에게 일주일에 세 번씩 잠자리를 요구하는 여자로 나서 엄정화, 조민수와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이 여배우들의 베드신도 세련되게 담아냈다.

“마치 인형을 사람으로 만드는 기분이었다”고 문소리는 말했다. 노출을 겸해야 하는 역할이라 망설이던 그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영화를 이끄는 중심에 섰다.

“여배우 셋 다 프로들이라 주변의 우려와 달리 현장은 잘 흘러갔다. 촬영할 때도 ‘여자들끼리 문제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나이 차이가 있어서 저절로 서열 정리가 됐다. 길 땐 기고 어리광 부릴 때 부렸다. 하하!”

문소리는 지난해 영화 ‘스파이’로 코미디 장르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 그에게 ‘이제 욕심을 내는 것 같다’고 말하자 “욕심을 버린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여러 제의가 오면 이젠 웬만하면 ‘하자’는 주의다. 예전에 ‘사랑해 말순씨’ ‘가족의 탄생’ 같은 영화를 하길 잘했다. 요즘엔 그런 작은 영화가 거의 없잖나. 날이 서고 예민한 연기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있는데…, 나도 하고 싶다. 그런데 안 들어오는 걸 어떻게.(웃음)”

문소리는 최근 손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다니기 시작한 중앙대학교 대학원 수업의 과제이기도 했다. ‘학교 숙제’라고 하기엔 제작 규모가 상당하다. 제작비 700만원. 주연과 연출은 문소리가 맡았다. 제목은 ‘여배우’다.

“대학교 다닐 때도 리포트는 친구들이 다 해줬다. 하하! 술 먹고 싶고 연애하고 싶은데 리포트까지 써야 돼? 그런 생각이었는데 이젠 창피하다. 그래서 촬영 있는 날은 분장하고 수업 받으러 갔다.”

그의 단편영화 촬영장은 꽤 치열했다. 평소 친분 있는 영화 관계자들의 도움도 받았지만 제작의 모든 과정을 혼자 해냈다.

“그래도 문소리인데, 촬영 스태프에게 싼 도시락을 줄 순 없잖아. 제작비가 더 들었지만 재미있게 했다. 편집을 해보니 배우가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연기 잘 한다’ 생각하는 게 좀 웃긴다는 생각이 들더라.”

문소리의 대학원 1학기 등록금을 책임진 건 남편이자 영화감독인 장준환이다. “슬슬 2학기 등록금을 낼 때인데 아직까지 아무 말이 없다”는 말로 ‘고단수 남편자랑’을 늘어놓는 그는 결혼한 지 9년째이지만 여전히 남편과는 존댓말을 쓴다. 수위가 꽤 높은 ‘관능의 법칙’을 본 장 감독의 반응도 존댓말이었다. “조금 놀랐습니다”는 남편에게 그는 “네, 죄송합니다”고 답했다.

스크린에선 화려한 배우이지만 일상에선 딸에게 꼼짝 못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30개월이 된 딸 연두양 이야기에 그는 말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기운이 넘치는 아이다. 나보다 많이 먹고 체격도 좋다. 씩씩하다. 친정어머니가 예전부터 ‘문소리를 누가 잡을까’ 걱정했는데 결국 장연두가 나를 잡았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