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의 건화, 방글라 대형 도로사업 따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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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하이웨이’ 2호선 70km… 英-日 등 제치고 설계-감리 맡아
엔지니어링 업계 첫 초대형 수주 “2020년엔 세계 100위업체 목표”

황광웅 건화 회장(오른쪽)은 12일(현지 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의 교통부 청사에서 방글라데시 교통부 산하 도로청의 모피줄 이슬람 라즈칸 청장(왼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로사업 수주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건화가 설계 감리 등을 맡게 된 이 도로는 조이드푸르와 탕가일을 잇는 ‘아시안하이웨이’ 2호선의 일부다. 건화 제공
황광웅 건화 회장(오른쪽)은 12일(현지 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의 교통부 청사에서 방글라데시 교통부 산하 도로청의 모피줄 이슬람 라즈칸 청장(왼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로사업 수주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건화가 설계 감리 등을 맡게 된 이 도로는 조이드푸르와 탕가일을 잇는 ‘아시안하이웨이’ 2호선의 일부다. 건화 제공
“와, 우리가 이겼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건설·토목엔지니어링업체 ‘건화’ 회장실. 방글라데시로 파견된 직원이 현지에서 걸어온 전화에 황광웅 건화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얼굴에 일제히 함박웃음이 번졌다.

건화 임원들은 지난해 4월 아시아개발은행(ADB) 기금을 재원으로 방글라데시 교통부가 발주한 남아시아소지역경제협력 연결도로 사업의 설계·감리용역 입찰에 참여해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수차례 현지를 답사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순 없었다. 해외사업 역사가 깊은 영국 일본 네덜란드 국적의 쟁쟁한 업체들이 함께 입찰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 글로벌 무대서 기술로 승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일주일 앞두고 기술제안서 평가점수가 공개됐다. 전체 평가 과정 중 배점이 90%(900점 만점)나 되는 이 평가에서 건화는 다른 업체들을 최고 100점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곧바로 이어진 가격제안서 평가(10% 비중·100점 만점)에선 일본 업체가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최저가를 제시해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 업체도 건화가 쌓아온 ‘기술의 힘’을 넘을 순 없었다.

황 회장은 “ADB가 선진국형 사업자 선정방식인 기술·가격 종합평가방식을 적용한 것이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띄운 건화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건화는 12일(현지 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의 교통부 청사에서 방글라데시 교통부 장관과 교통부 산하 도로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로사업 수주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사업 규모는 1274만 달러(약 142억 원).

건화가 맡은 도로 건설 프로젝트는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 서북쪽에 위치한 2차로 국도를 4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건화는 조이드푸르에서 찬드라를 지나 탕가일까지 연장 70km 도로의 설계와 감리용역을 맡았다. ‘방글라데시 남아시아소지역경제협력(SASEC) 연결도로’로도 불리는 이 구간은 ‘아시안하이웨이’ 2호선의 일부다. 아시안하이웨이는 아시아 32개국을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총 길이 14만여 km에 달하는 도로망이다.

국내 종합엔지니어링업체들이 해외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전부터다. 최진상 건화 사장은 “해외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건설 엔지니어링업계 최초로 1000만 달러 규모 이상의 공적개발원조 엔지니어링사업을 수주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해외 엔지니어링 시장에선 통상 30억 원 규모만 돼도 대형사업으로 통한다.

○ “해외사업 비중 2020년 30%로 확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에서 도로·교통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황 회장은 1990년 ‘건설엔지니어링 컨설팅기업’을 표방하는 건화를 설립했다. 황 회장은 옛 건설교통부 및 한국도로공사에서의 근무경력을 바탕으로 도로, 상하수도 및 감리 부문에서 대표적인 사업을 수행했다. 건화 측은 국내 사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방글라데시 ‘아시안하이웨이’ 2호선 사업에 다방면으로 접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건화가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정부 발주물량 축소로 국내 시장이 줄어든 상황에서 해외시장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였다.

국내 경쟁업체들에 비해 시작은 조금 늦었지만 꾸준히 크고 작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2년 초대형 프로젝트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의 토목설계에 참여하면서 국내 엔지니어링업계 순위가 5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현재 해외 10여 개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건화는 해외사업 비중을 현재 10%대에서 2020년 3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가 집계하는 세계 225대 설계회사 순위도 2013년 기준 196위에서 2020년 10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방글라데시#건화#도로사업#아시안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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