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랑스 新밀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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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올랑드 美 국빈방문
오바마, 공항영접-제퍼슨 생가 동행… 18년만의 손님 극진예우로 동맹 과시

미국이 국빈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극진하게 대접했다. 시리아 사태, 이란 핵협상, 아프리카 내전 방지에 적극 나서 미국의 고민을 덜어줌으로써 유럽의 최대 동맹국으로 떠오른 프랑스에 각별한 감사 표시를 하는 셈이다. 프랑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1996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박 3일 일정으로 10일 워싱턴에 도착한 올랑드 대통령을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직접 영접했다. 두 대통령은 곧바로 에어포스원에 올라 버지니아 주 몬티첼로의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한 시간 가까이 둘러보며 덕담을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해외 정상과 함께 워싱턴을 벗어나 다른 지역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 이명박 대통령 방미 때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에 동행한 이후 처음이다.

제퍼슨 전 대통령은 미국이 최초로 프랑스에 파견했던 외교관으로 센 강변에 그를 기리는 동상이 서 있을 정도로 프랑스인들에게 친숙하다. 두 정상은 “제퍼슨과 라파예트(프랑스 혁명가) 시대에 동맹이었던 것처럼 오늘도 우리는 동맹이다”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또 두 정상은 워싱턴포스트와 르몽드에 동시 게재된 공동 기고에서 “과거 미국과 프랑스가 이렇게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다”며 “양국 동맹관계는 한 단계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동 기고를 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고의 예우를 갖추며 극진한 대접을 하는 것은 올랑드 대통령이 고비 때마다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의 지원군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은 미국의 외교정책과 각을 세우며 맞서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가장 강력하게 비난한 외국 정상은 당시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좌파 출신이지만 친미정책만큼은 우파인 전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뒤를 이어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리아 공습 계획을 추진할 때 영국은 중간에서 포기했지만 프랑스는 끝까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란과 P+5(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 핵협상 때는 미국보다 더 강력하게 이란의 핵 포기를 요구해 미국에 힘을 실어줬다. 또 말리,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내전 확산을 막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미국의 개입 고민을 덜어줬다. 미 국가안보국(NSA) 정보수집 파문이 벌어진 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강력하게 성토하는 것과 달리 올랑드 대통령은 비난을 자제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미-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지지하는 국가다. 찰리 커프챈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영국이 미국의 최대 유럽 우방이지만 사르코지-올랑드 시대에는 프랑스가 가장 친밀한 동맹이 됐다”고 평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11일에는 21발의 축포 속에 백악관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그가 영화배우 쥘리 가예와의 스캔들로 동거녀였던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와 헤어졌기 때문에 국빈 만찬에 ‘나 홀로’ 참석하는 이례적 장면이 나올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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