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대란’ 새벽 동대문이 뒤집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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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스마트폰이 10만원”… 최대 120만원 ‘보조금 폭탄’
“추리닝-파카 걸치고 무조건 뛰었다”
24시간 판매점에 수백명 장사진… 영업정지 엄포에도 고객뺏기 전쟁

‘새벽에 추리닝에 오리털 파카 걸치고 무조건 뛰어가서 핸드폰 뚫었습니다. 이렇게 폰 사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듯요.’(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

11일 이른 새벽 휴대전화 시장에 ‘난리’가 났다. 대당 최대 100만 원에 이르는 원가보다 많은 ‘폭탄 보조금’이 기습적으로 풀렸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보조금 시장을 단속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27만 원 이상의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동통신사를 단속해 최대 3개월의 신규가입 영업정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시장에서는 ‘배 째라’식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

일명 ‘2·11 대란’이라고 이름이 붙은 이날의 소동은 전날인 10일 오후 10시경 휴대전화 커뮤니티 사이트인 유명 P사이트에 ‘SK텔레콤 번호이동 아이폰5S 10만 원, 갤럭시노트3 15만 원, 69 부유 가유 유유’라는 글이 뜨면서 시작됐다. ‘SK텔레콤으로 통신사를 옮기는 조건으로 아이폰5S와 삼성 갤럭시노트3를 각각 10만 원, 15만 원에 살 수 있다. 그 대신 ‘69요금제(6만9000원)’를 3개월 동안 써야 하고 부가 서비스 요금과 가입비, 유심비는 따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접속이 폭증하면서 P사이트는 11일 오전 2시경까지 다운됐다.

최신 아이폰을 단돈 10만 원에 살 수 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일명 ‘성지’라고 불리는, 24시간 영업을 하는 휴대전화 판매점들을 찾아 나섰다. 서울 동대문 지역에선 수백 명이 꼭두새벽부터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2·11 대란’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도 막대한 보조금이 풀리면서 시장 과열 행태가 빚어졌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8, 9일 대당 최대 120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풀어 총 1만2691명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했다. 갤럭시S4 LTE-A 전화기 기준으로 공짜로 전화기를 구입하면서 많게는 20만6000원의 현금까지 받을 수 있는 규모의 보조금이 뿌려지면서 이 기간에 번호이동을 통해 SK텔레콤과 KT의 가입자는 각각 7663명, 5028명 줄었다.

LG유플러스는 “2월 들어 경쟁사들이 계속해서 높은 보조금을 뿌려 가입자 증가세가 꺾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측은 “주말 동안 LG유플러스가 말도 안 되는 보조금을 투입하는 바람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결국 이동통신사들이 서로 네 탓을 하며 번갈아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치킨 게임이 이어졌다는 뜻이다.

이날 방통위에는 ‘나만 비싸게 휴대전화를 샀다. 방통위는 뭐하는 거냐’는 내용의 민원 전화가 쇄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화 때문에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1월 27일부터 보조금 단속을 시작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난감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태용 인턴기자 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아이폰#휴대전화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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