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양동현 “등번호 18번보다 많은 골 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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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12일 07시 00분


부산 공격수 양동현이 태국 방콕의 팀 숙소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올 시즌 득점왕 도전을 선언했다. 방콕(태국)|박상준 기자
부산 공격수 양동현이 태국 방콕의 팀 숙소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올 시즌 득점왕 도전을 선언했다. 방콕(태국)|박상준 기자
■ 프로 데뷔 후 첫 득점왕 노리는 부산 양동현

작년 9월 경찰축구단서 복귀 해결사역
올해 침체된 팀 공격력 쇄신 책임 막중
투톱 전술 구상 윤성효 감독 큰 기대감
“전남은 꼭 잡는다” 자신만만 선전포고


부산 아이파크 공격수 양동현(28)은 요즘 들어 부쩍 욕심을 내고 있다. 작년 43골(상위그룹 7개 팀 가운데 꼴찌)에 그친 팀 공격을 시즌 초반부터 이끌어야 한다. 그는 작년 9월말 경찰축구단에서 제대하며 소속팀에 복귀했다. 윤성효 감독에게 “골 좀 많이 넣어 달라”는 말을 가장 먼저 들었다.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기 9경기에서 3골3도움. 부산의 골 갈증을 푸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컸다. 그는 “2경기까지 적응시간을 갖고 다음 경기부터 골을 넣겠다고 각오했지만 4경기 만에 골을 넣었다. 올해는 독하게 마음먹고 있다”고 밝혔다. 등번호(18번) 이상의 골을 넣겠다고 다짐한 양동현을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 아쉬웠던 작년 후반기

기다리고 기다렸던 제대일. 경찰축구단을 떠나는 심경은 복잡했다. K리그 챌린지(2부)에서 꾸준히 골을 넣으며 득점감각을 유지했지만 클래식(1부)과 기량차이는 분명했다. 제대를 앞두고 몸을 사리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 적잖았다.

부산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극적으로 상위그룹 막차(7위)를 탔지만 이후 1무2패로 부진했다. 기대했던 FA컵은 4강 탈락. 부산은 양동현의 몸 상태를 끌어올릴 때까지 여유가 없었다. 3경기 연속 무득점은 더욱 뼈아팠다. 그는 “9경기를 남기고 복귀했는데 상위그룹에서 1승도 못하고 있어서 압박감이 컸다”고 말했다.

부담이 발목을 잡았을까. 그는 3경기까지 골 맛을 보지 못했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복귀하면서 그려뒀던 청사진은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골은 일순간에 터져 나왔다. 10월말 전북전에서 복귀 후 마수걸이 골과 도움에 성공했다. 이후 5경기에서 2골2도움. 같은 기간 팀은 3승1무2패로 안정세를 보였다. 양동현의 2013시즌은 그렇게 끝났다. 양동현은 “수치상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많이 아쉽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했고, 1∼2승은 더 거둬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 부산서 달라진 책임감

경찰단에선 마음이 편했다. 전력이 약한 2부 리그 팀들을 상대로 경기를 했다. 상대를 윽박지르며 공격적인 운영을 펼쳤고, 좋은 결과를 받아들곤 했다.

부산에선 다르다. 책임감부터 그렇다. 양동현은 그새 두 살을 더 먹었고 중고참이 됐다. 그는 “가기 전과 다녀온 후에 많이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 팀 내 서열이 달라졌고 막중한 책임감을 안게 됐다”고 전했다. 책임감은 곧 경기장 안팎에서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베테랑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경기를 끌어가야하는 성숙한 자세도 필요하다. 그는 “예전에는 나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군을 다녀와서 많은 걸 넓게 보려고 신경 쓴다. 하나로 뭉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성적도 좋아 진다”고 밝혔다.

선후배들과 두루 지내고 있다. 수더분한 성격과 말투도 도움이 된다. 그는 “신인선수들이 봤을 때 어려울 수도 있다. 먼저 다가가서 얘기도 하고 친근하게 대하면 후배들이 잘 받아주더라. 그게 형들과 동생들 사이에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팀 연령이 크게 낮아져서 그렇지 내가 많은 나이는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 목표는 득점왕

공격수는 두 자리 수의 골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는 K리그 공격수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양동현의 생각도 이와 같다. 다만 하나가 추가됐다. 18번을 달고 18골 이상을 넣겠다는 각오다. 득점왕 경쟁을 하고 싶고, 내친김에 득점왕도 욕심낸다. 그는 “지금까지 프로 입단 후 한번도 욕심 부린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경쟁은 필연적인 것이다. 한번은 득점왕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상황도 나쁘지 않다. 장신 외국인 공격수 코마젝이 합류했고, 기술과 파이팅 좋은 김신영이 전북에서 이적했다. 윤 감독은 셋의 득점력을 끌어내기 위해 투 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양동현은 “원 톱은 고립도 쉽고, 혼자 수비도 해야 해서 힘든 점이 많다. 투 톱이 서면 많은 걸 나눠서 할 수 있어 공격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은 올 시즌 양동현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윤 감독도 패싱력과 활동량이 좋은 양동현에게 직접 공을 배분하고 연결해주는 플레이를 강조한다. 그는 “공을 연결하고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동료들과 더 많은 기회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흡족해했다.

● 화끈한 선전포고

양동현은 화끈한 축구와 함께 선전포고도 했다. 성남에서 전남으로 둥지를 튼 ‘절친’ 현영민(35)을 예로 들었다. 그는 “영민이형이 우리와 상위그룹의 마지노선인 6위 싸움을 하자고 하더라. 전남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고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경계하면서도 “전남만큼은 반드시 잡을 것이다”고 다짐했다.

부산은 전북 현대 원정으로 개막전을 치른다. 자신감은 대단하다. 그는 “전북과 같은 강팀은 가면 갈수록 전력이 좋아진다. 차라리 처음에 맞붙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다. 공격적인 팀이라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작년 후반기 전북과 서울을 상대로 골 맛을 봤다. 동료들과 좋은 생각만 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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