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맏형 전경련 “재도약 몸부림 쉽지않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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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견기업과 서비스 업종으로 회원의 범위를 넓히겠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박찬호 전무는 지난해 11월 회장단 회의 직후 회원사 확대와 회장단 신규 선임 계획을 밝혔다. 전경련은 이날 신규 영입 대상으로 네이버를 거론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업체 등 ‘젊은 피’를 수혈해 ‘대기업과 제조업체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기존 이미지를 혁신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확정된 신규 회원사 가운데 네이버나 다음 등은 없었다. 네이버 등이 가입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재계 맏형으로 재도약하려는 전경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규 회원사와 회장단 영입이 여의치 않은 데다 약 4000억 원을 들여 지은 여의도 전경련회관도 임대가 되지 않아 절반 넘게 비어 있다.

○ 200곳 접촉해 54곳 승낙 받아

전경련은 신규 영입 대상으로 네이버, 다음, 넥슨 등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을 비롯해 200여 개 기업을 선정하고 집중 접촉했지만 “가입이 부담스럽다”며 거절의 뜻을 밝힌 곳이 많았다.

이날 신규 회원사가 된 기업은 54곳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가 오락·문화 산업에서 처음으로 회원에 가입했다. 삼일, 삼정 회계법인 등도 회계법인으로는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신규 회원 상당수는 전경련 회원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통 제조업체들이다. 외연 확대를 통한 경제계 대표성 강화라는 전경련의 목표가 일단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 관계자는 “고사한 기업도 있었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신임 회장단 선임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참석 대상 21명 중 10명 이상 모이는 일이 거의 없다. 신임 회장단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이중근 부영 회장, 이수영 OCI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이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여러 이유를 들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 텅 빈 전경련회관

공실률이 50%가 넘는 신축 회관 역시 전경련의 고민거리다.

전경련은 2007년 회관 신축을 결정하고 용지를 담보로 4000억 원을 조달해 지난해 말 회관을 완공했다. 전경련은 신축 회관에서 매년 300억 원의 임대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하 6층, 지상 50층에 연면적 16만8000m²의 전경련회관에는 현재 LG CNS만 유일하게 입주해 있다. 전경련은 현재 금융권에서 빌린 건설비용의 이자만 겨우 갚고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건물 착공 당시인 2010년에는 이미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인 때였고 바로 옆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건물도 올라가고 있었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IFC도 아직 1개동이 텅 비어 있을 정도여서 전경련회관이 빈 공간을 채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 대표도 “전경련이 왜 멀쩡한 건물을 허물고 새 회관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새로 짓기로 결정한 2007년 당시에도 서울 주요 지역에서 착공했거나 신축하려던 오피스 물량만 향후 10년 치 수요를 채우고 남을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본연의 임무보다는 외형적인 확장에만 치중했던 것이 문제”라며 “전경련이 지금 보여줘야 하는 것은 50층짜리 신축 회관이 아니라 국민들이 전경련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고 한국경제를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이라고 비판했다.

박진우 pjw@donga.com·장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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