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소업체와 맺은 ‘상생 약속’ 파기한 롯데-신라 면세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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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내 매장 입찰 준비중

동반성장 양해각서 지난해 11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중소·중견 면세점 업체 5곳 및 한국면세점협회와 맺은 양해각서.
동반성장 양해각서 지난해 11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중소·중견 면세점 업체 5곳 및 한국면세점협회와 맺은 양해각서.
국내 면세점업계 1, 2위 업체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제주공항 면세점을 차지하기 위해 중소·중견 면세점들과의 상생 약속을 깬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두 업체와 상생 협약을 맺었던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단체행동에 들어가겠다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와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지난해 11월 중소·중견 면세점업체 5곳 및 한국면세점협회와 상생 발전과 동반 성장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총 7개의 협력 사항 중 핵심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공항 면세점(제주 대구 등)의 계약이 만료된 후에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입찰 참여를 포기하고 중소·중견업체 5곳의 입찰을 돕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관계자들은 협약을 깨고 13일로 예정된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 과정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업체 관계자들은 3일 열린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다. 면세점 사업설명회는 입찰 의향이 있는 업체들만 참여하는 것으로, 사업설명회에 오지 않은 업체는 입찰 참여 자체를 할 수 없다. 두 업체는 11일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협약 내용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타 대기업도 상생 협약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양해각서를 맺은 것”이라며 “결국엔 다른 대기업들이 참여를 하지 않아 협약서 본래의 취지가 퇴색해버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게다가 차후에 공항공사가 대기업 참여 제한을 하지 않아 입찰 준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우리는 큰 욕심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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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 면세점에는 2009년부터 롯데면세점이 입점해 있으며 운영 계약기간은 4월 19일까지로 돼 있다. 제주국제공항 면세사업자 선정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최고가를 제시한 기업이 낙찰 받는 방식으로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호텔롯데, 호텔신라와 협약을 맺은 중소·중견업체들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 중소업체 고위 관계자는 “중소·중견업체 중 한 곳을 밀어주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해당 업체가 선정되면 나머지 업체는 지분으로 참여하는 등 단체행동에 대한 뜻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중소·중견업체들과 맺은 상생 협약은 지난해 정치권에서 “대기업의 면세점 독식 구조를 막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급조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생과 관련한 이면합의 이행을 두고 갈등이 생긴 것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정치권의 압박으로 억지 상생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은 규모가 409m²로 다른 면세점과 비교해 크지 않은 편이지만 화장품이나 주류, 담배 등을 함께 팔 수 있는 매장이다. 2009년 137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11억 원으로 5년 사이 급증했다. 특히 중국인을 중심으로 제주에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최근 제주관광공사는 제주 면세산업의 총 매출액이 올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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