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에 매춘 여성 30만명…中 ‘性의 도시’ 둥관 대대적 단속

  • Array
  • 입력 2014년 2월 11일 11시 45분


코멘트
중국 '성의 도시'(CCTV 캡처)
중국 '성의 도시'(CCTV 캡처)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 황자진(黃江鎭)에 위치한 5성급 크라운 프린스 호텔. 5층의 한 객실로 들어서자 종업원이 커튼을 치웠다. '비밀 거울(한쪽에서 거울처럼 보이지만 반대쪽에선 방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로 된 거울)'이 나왔다. 그 너머에선 거의 벌거벗다시피 한 여자 2명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종업원은 "800위안(약 14만 원)이면 여자 2명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며 성매매를 유도했다.

지난 9일 정오 중국 관영 CCTV가 고발한 중국의 '섹스 수도' 둥관시의 성매매 실태 중 일부다. CCTV 기자가 손님으로 가장해 온갖 성매매 업소의 적나라한 속살을 담아 방송했다.

둥관시는 그야말로 '성매매의 온상'이었다. CCTV는 안마시술소, 호텔, 사우나, 가라오케 등 다양한 곳에서 폭넓게 '성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앞서 소개한 곳 외에 쉐라톤 둥관 호텔 같은 4~5성급 호텔에서도 암암리에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성매매 업소들은 손님들이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성매매 여성들을 패션쇼 무대 같은 곳을 걷게 했다. 때론 업소 주인들이 홈쇼핑 채널의 호스트처럼 성매매 여성의 '상품성'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격은 600위안(약 10만 원)에서 2000위안(약 35만 원) 정도였다.

황자진 홍등가의 한 스파 종업원은 경쟁이 매우 치열해 업소마다 살아남기 위해 '특별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고급 호텔들은 상대적으로 더 비밀리에 성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CCTV는 전했다. 그러면서 쉐라톤 둥관 호텔을 예로 들었다.

성 매매 서비스를 원하는 손님은 지하 주차장에서 '로열 클럽'으로 향한다. 이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의 사우나로 이동한다. 이곳 지배인은 "오직 성적인 서비스만 제공한다"며 "수년간 영업하고 있으며 고위층 손님이 많다"고 손님을 가장한 CCTV 기자에서 밝혔다.

맨 앞에 소개한 크라운 프린스 호텔의 '비밀 거울'을 갖춘 객실은 50개쯤 된다고 CCTV는 덧붙였다.

이날 방송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날 오후 중국 공안 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세계의 공장 내 '성(性) 도시'로 전락한 둥관시의 유흥업소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펼친 것.

중 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 인민망과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등 현지 언론의 10일 보도를 보면 둥관시 공안 당국은 두 차례에 걸쳐 이 지역의 퇴폐업소 300여 곳을 급습해 성매매에 관련 혐의자 67명을 체포했다. 경찰병력 6525명이 투입됐다.

4성급인 궈안(國安)호텔 6층 사우나에는 총 37개의 방에서 조직적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고 이곳에서만 45명이 체포됐다.

이날 밤에 2차 단속에서는 6000명의 경찰력이 투입돼 관내 5개 진(鎭)에 있는 마사지 업소 및 가라오케를 모두 조사했다

이와 함께 공안 당국은 지역 내 파출소 소장들을 직무 정지에 처하는 등 업주와 경찰 간 유착 관계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당국은 지난 3개월간 비밀리에 성매매 업소 실태 조사를 벌여왔다고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구 700만 명의 도시 둥관시에서 매춘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사람이 무려 50만~80만 명, 성매매 여성만 30만 명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SCMP에 따르면 현지에서 '기공(技工·기능공)'으로 불리는 성매매 여성은 다수가 다른 지역 이주 여성으로 현지의 사우나, 마사지샵, 주점 등 업소에서 성매매한다.

1980년대 후반까지 벽지 마을이었던 둥관은 개혁·개방 이후 첨단기술 제조업 중심지로 탈바꿈하면서 '세계공장(중국)의 공장'이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고, 농민공을 포함한 외부 인구들이 모여들면서 1980년대 180만 명이던 인구는 한때 800만 명까지 늘어났다.

최근 수년간 많은 공장이 문을 닫거나 비용이 더 저렴한 내륙의 성(省)으로 이동하면서 둥관시는 '파산 위기'에 놓였다.

이주 노동자도 늘어나면서 도시 유흥업도 덩달아 성행했고, 문을 닫으면서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실직한 이주노동자들이 대거 매춘업 종사자로 전락하면서 퇴폐업소를 포함한 유흥업이 더 '발전'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차이나 데일리는 둥관시를 중국의 '섹스 수도'라고 묘사했다. 다만 SCMP 등이 보도한 '성매매 여성만 30만 명'이라는 지적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