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큰 그림 못그리는 대구시장 예비후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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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대구가 변화와 혁신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젊은층이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 “대구 경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 “명품 창조경제도시 대구를 건설하겠다” “활력 넘치는 대구를 만들겠다” “능력과 성과 위주로 공직을 개혁하겠다”….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바람직하고 듣기 좋다. 그러나 이런 구호는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기초지자체가 이미 추진하는 사업들을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비후보들의 이 같은 공약은 대구의 장단점을 깊이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물이 아니라 급하게 짜낸 느낌이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이전 선거와는 달리 6명 안팎의 예비후보들이 뛰고 있다. 예비후보들이 자신감을 갖고 대결하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 예선전을 치열하게 펼치면 대구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예비후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 같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말은 대체로 두루뭉술하고 원론적이며 좁고 얕다. 이렇다 보니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거나 기초지자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공약이라며 앞다퉈 쏟아낸다. 기초단체장 선거인지 광역단체장 선거인지 차별적인 내용도 매우 부족하다. 서울 부산 대전 등 다른 광역지자체와 경쟁해서 대구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 전략적 비전은 더욱 찾기 어렵다.

공무원이 최우선 개혁 대상이라며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내용도 알맹이가 없다. “행정고시와 비고시 출신의 차별을 철폐하겠다” 같은 주장은 즉흥적이다. 부당한 차별이야 개선이 당연하지만 고시와 비고시는 채용 과정이 다르므로 그에 따른 합리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을 ‘공공의 적’처럼 단정하는 태도도 부적절하다. 자부심을 갖고 역량을 발휘하려는 공직 분위기가 많아진 만큼 신뢰와 자율 속에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민선 5기 대구시정을 모조리 부정하는 모습도 돌아볼 점이 있다. 대구시는 지난 4년 동안 국가산업단지 유치, 첨단의료복합단지 활성화, 로봇과 기계금속 산업 발전 등 어려운 가운데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도 예비후보들은 민선 5기의 성과나 아쉬움에 대한 구체적 분석도 없이 “대구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허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표심을 자극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대구시장 선거가 기초단체장 선출이 아니라는 ‘기본’부터 명확하게 인식해야 하겠다. 동네 이야기 수준의 자잘한 틀을 넘어 대구시의 전국적 경쟁력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보여줘 시민들이 설레는 평가를 하도록 만들 무거운 책임이 있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대구시장#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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