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예술이 전부가 아니다” 멕시코 현대회화의 재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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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요-도밍게스 등 39명 작품 서울대미술관서 3월 16일까지 전시

멕시코 미술의 거장 루피노 타마요가 자신의 손을 모티브로 제작한 판화. 서울대미술관과 주한 멕시코대사관이 공동 주최하는 ‘Outside-in 멕시코 현대미술’ 전에서는 타마요를 비롯해 작가 39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대미술관 제공
멕시코 미술의 거장 루피노 타마요가 자신의 손을 모티브로 제작한 판화. 서울대미술관과 주한 멕시코대사관이 공동 주최하는 ‘Outside-in 멕시코 현대미술’ 전에서는 타마요를 비롯해 작가 39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대미술관 제공
멕시코 미술을 세계적으로 각인시킨 것은 벽화운동이다. 디에고 리베라 등이 주도한 20세기 초 멕시코 벽화운동은 사실주의 양식의 벽화로 대중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역사와 혁명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워 줬다. 하지만 벽화운동만이 멕시코 미술의 전부는 아니다. 초기 벽화운동에 참여한 루피노 타마요(1899∼1991)의 경우 독단적 민족주의에 반대하면서 다른 길을 개척했다. 그는 정치적 주제보다 추상적 서정적 작업에 눈을 돌려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서울대미술관이 주한 멕시코대사관과 공동 주최한 ‘Outside-in 멕시코 현대미술’ 전은 타마요처럼 벽화운동에서 벗어난 멕시코 작가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멕시코 정부에서 기획하고 아시아 미술기관이 함께 참여한 국제순회전으로 작가 39명의 57점을 선보였다. 전시는 남서부 오악사카 지역 출신 작가들의 회화 판화 비디오 작품을 소개하는 단체전, 북동부 출신으로 구상회화의 대가 벤하민 도밍게스(72)의 작품을 모은 개인전으로 구성됐다. 3월 16일까지. 3000원. 02-880-9504

○ 오악사카가 키워낸 멕시코 작가들

타마요, 로돌포 니에토, 로돌포 모랄레스는 멕시코에서 회화를 보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이들을 배출한 오악사카는 ‘멕시코의 예향’이라 할 만하다. 이곳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 고대 문화의 존재감이 뚜렷한 지역. 고향에서 영감을 받은 세 작가는 토착문화와 현대미술의 조형언어를 버무려 나라 안팎에서 이름을 떨쳤다. 전시장에서는 자신의 손을 소재로 하거나 유머감각을 드러낸 타마요의 판화, 환상적 리얼리즘이 스며있는 니에토와 모랄레스의 유화를 볼 수 있다.

지난해 타계한 알레한드로 산티아고는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 멕시코인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2,501 이주자들’ 프로젝트로 유명한 작가다. 그의 회화 작품을 비롯해 현실과 환상을 합성한 기예르모 올긴의 사진, 오악사카 지역에 젊은 창작자를 위한 학교를 만든 데미안 플로레스의 비디오 작품도 눈길을 끈다.

○ 바로크 스타일로 변주한 멕시코 회화

멕시코 구상회화의 거장 벤하민 도밍게스의 작품. 서울대미술관 제공
멕시코 구상회화의 거장 벤하민 도밍게스의 작품. 서울대미술관 제공
치와와 주 출신 벤하민 도밍게스의 작품은 남부 지역의 작품들과 대조적이다. 얼핏 유럽 화가의 그림 같은데 서구 미술의 단순 모방이 아닌, 바로크 스타일과 멕시코 미술을 융합한 작업이다. 화려한 금박으로 장식된 그림에 장엄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누드 인물이 공존하고 기독교 도상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에 멕시코 현실을 대입하는 등 형식과 개념적 탐구를 실험했다.

작가들의 이름은 대부분 낯설어도 찬란한 문명을 일군 멕시코의 문화적 활력과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호세 루이스 베르날 주한 멕시코대사는 “32개 주의 다양한 지방색을 지속적으로 소개해 멕시코가 내면에 다양성을 지닌 나라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멕시코 미술을 하나의 양식으로 규정하는 우리의 편협한 인식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멕시코 미술#벽화운동#Outside-in 멕시코 현대미술#벤하민 도밍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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