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틀리면 어때 이젠 베토벤도 칠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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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 7개 도시 피아노 콘서트

피아니스트 임동혁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임동혁 크레디아 제공
“할 만큼 했어요. 틀리면 어때, 나도 사람인데! 망칠 때도 있지. 음악적으로만 후회 없이 치면 돼요.”

피아니스트 임동혁(30)은 무대에 나가기 직전 큰 소리로 얘기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인다고 했다. 11일 전주를 시작으로 양산, 과천, 김해, 춘천, 광주, 서울까지 7개 도시 투어 리사이틀을 펼치는 그는 요즘 불면의 밤을 보낼 정도로 긴장해 있다. 그동안 쉽사리 연주하지 않았던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중 ‘달빛’, 바흐 ‘토카타, 아다지오와 푸가’, 베토벤 ‘월광’, 슈베르트 소나타 20번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왜 이런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않았을까. 그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못하니까.”

그렇다면 지금 이 레퍼토리를 들고 나온 이유는? “생각의 변화. 잘하는 거, 편한 거보다 욕심이 생기는 걸 하게 됐다. 시프의 절제된 연주를 들으면서 자극도 받았고, 또 내가 잘 못 치는 작품 중에도 좋은 작품이 많으니까.”

특히 임동혁은 무대에서 베토벤을 연주한 적이 거의 없다. “‘월광’은 무대 위에서 해낼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베토벤을 못 친다고 움츠러들지 말자는 거다. 기존의 내 스타일과 다르게 잘 연주하고 싶다. 의외의 모습으로.”

그는 한때 클래식 음악계에서 ‘악동’이었다. 2003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으나 심사 결과에 대한 불만을 콩쿠르 사무국에 표시하고 수상을 거부한 사건을 두고는 “생각보다 그 여파가 컸다”고 했다.

“지금 와서 후회하면 ‘없어’ 보이겠지만 그 일 때문에 연주 기회를 포함해 많은 손해를 본 건 사실이다. 나를 겨냥한 ‘악플’을 보면서 연예인들이 왜 자살하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서른 살의 성장통을 겪는 그가 믿는 것은 오직 음악의 힘이다. “여태까지 잘못한 것이 있기도 하고, 성격 면에서 낯도 많이 가리고….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음악을 믿는다. 최근 선생님(에마누엘 악스)이 ‘계속 이렇게만 연주해라. 그게 제일 중요하다. 너무 조급할 필요 없다’고 하셨는데 큰 힘이 됐다.” 3만∼10만 원. 1577-526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임동혁#피아노 콘서트#레퍼토리#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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