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시대 멘토가 필요해”… ‘힐링 강연’ 쏟아지는 TV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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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와 소통 강연프로그램 봇물

강의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해진 시대다. tvN ‘창조클럽199’①에서 99명의 패널은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목 폴라와 청바지를 입고 나온다. 평범한 사람이 강연자로 나서는 KBS ‘강연 100도씨’②의 강연은 TED처럼 20분을 넘지 않는다. 시즌제로 방송되는 SBS ‘아이러브 인’③은 토크 콘서트를 표방하고 있다. tvN, KBS, SBS 제공
강의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해진 시대다. tvN ‘창조클럽199’①에서 99명의 패널은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목 폴라와 청바지를 입고 나온다. 평범한 사람이 강연자로 나서는 KBS ‘강연 100도씨’②의 강연은 TED처럼 20분을 넘지 않는다. 시즌제로 방송되는 SBS ‘아이러브 인’③은 토크 콘서트를 표방하고 있다. tvN, KBS, SBS 제공
회사원 장현진 씨(31)는 ‘강연 마니아’다. 그는 출퇴근 때 스마트폰으로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강연을 보고, 여유 시간에는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유명 강사의 강연을 찾아본다. 주말엔 강연장을 찾기도 한다. 장 씨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진 않지만 강연을 통해 조금이나마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 허모 씨(23)도 강연 동영상을 즐겨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애나 진로 선택 관련 강연 동영상을 자주 접한다는 그는 “주변에 인생에 대해 상담해 줄 만한 멘토가 별로 없는데 강연 동영상들은 짧으면서도 꼭 필요한 조언들을 정리해 주니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강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방송에서도 강연 프로그램이 주요 장르로 자리 잡았다. KBS ‘강연 100도씨’, SBS ‘지식나눔콘서트-아이러브인’, tvN ‘스타 특강쇼’,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 주요 강연 프로다. 최근에는 인문 강연 프로인 KBS ‘인문강단 락’과 각 분야 창조인재가 나오는 tvN ‘창조클럽 199’도 등장했다. 예능 프로에서 유명 강사가 나와 강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3일 SBS ‘힐링캠프’에서는 철학자 강신주 씨가 나와 강연 형식으로 일부 방청객을 대상으로 인생 상담을 했다.

도올 김용옥의 철학 강의, 구성애 씨의 성교육 등 예전의 강연 프로가 객관적인 지식 전달에 무게를 두었다면, 요즘은 청자의 공감과 힐링에 중점을 두어 강연자의 주관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2012년 시작된 ‘강연 100도씨’는 노숙인 출신 두부제조업체 사장이나 장애를 극복한 인물 등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안진 PD는 “방청 신청자 중에는 불안한 시기 인생의 답을 찾고 싶다고 말하는 20, 30대 젊은층이 많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 시즌5 방영을 앞두고 있는 ‘아이러브인’에서는 강사를 ‘멘토’라고 부른다. 이 프로는 소설가 알랭 드 보통, 셀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과 교수, 데니스 홍 버지니아공대 교수 등 세계적인 전문가를 강연자로 내세우지만 주제는 행복, 사랑, 꿈 등 일상적인 것이 많다. 이 프로의 기획은 교양이 아닌 예능 PD들이 했다. 박재연 PD는 “지식 전달보다는 다양한 시청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형식도 TED식으로 바뀌었다. 강의로 1시간을 꽉 채우던 방식에서 벗어나 15분 안팎에서 끝난다. 강연장 조명이나 세트를 화려하거나, 다른 방송과 차별화된 형식을 도입하는 사례도 생겼다. ‘창조클럽 199’의 경우 강사는 약 15분간 강연한 뒤 패널 99명에게 거꾸로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의견을 구한다.

전문가들은 강연 방송이 붐을 이루는 현상에 대해 대중의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 증가와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특징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논리적인 체계가 중요했으나 요즘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적으로 차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강연 프로의 등장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조언을 해줄 만한 멘토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강연은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많은 이슈를 낳을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강연 프로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학과 4학년
#강연#강연 100도씨#지식나눔콘서트-아이러브인#스타 특강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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