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축제 ‘보조금 횡령 꽃’이 피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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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대표 등 13명 檢송치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국가보조금 관리체계를 틈타 수천만 원의 보조금을 부당하게 타낸 비영리 민간단체 대표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안전행정부, 여성가족부 및 서울시에서 지원한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및 사기)로 한국고유문화콘텐츠진흥회 대표 김모 씨(50) 등 비영리 민간단체 8곳의 간부 1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용하지 않고 남은 보조금 1억6000여만 원을 개인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전 안행부 민간협력과 소속 6급 공무원 김모 씨(39)도 검찰에 송치됐다.

민간단체들은 중복으로 사업 신청하기, 거래대금 부풀리기, 증빙서류 조작하기 등으로 국가 보조금을 부당하게 타냈다.

지난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나라꽃 무궁화 축제를 개최한 고유문화콘텐츠진흥회는 산림청과 위탁계약을 맺은 뒤 안행부와 서울시에 “비영리 민간단체 차원에서 무궁화의 날 행사를 개최하니 보조금을 지원해 달라”고 신청했다. 산림청과 계약을 맺고 돈을 받은 뒤 이를 자기자본을 들여 행사를 여는 것처럼 꾸며 보조금을 신청한 것. 하지만 서울시나 안행부는 이 단체가 산림청과 계약을 맺었는지도 모르고 수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줬다.

경찰에 따르면 민간단체들은 연초 중앙부처와 지자체에 동일 사업을 중복 신청한 뒤 여러 부처에서 중복 채택이 되면 같은 사업에 대해 행사 이름과 날짜를 조금씩 달리한 뒤 보조금을 타냈다. 심지어 일부 단체들은 돈을 타낸 뒤 사업 자체를 하지도 않았다. 이들은 안행부 등에서 영수증을 요구하면 “영수증 관리 직원이 종적을 감춰 파악이 안 된다”는 식으로 발뺌을 했다.

안행부에서 다음 해 사업을 공고하며 해당 단체를 지원 목록에서 제외하면 해당 단체는 다른 정부 부처에 사업을 신청해 보조금을 타내기도 했다.

안행부가 지난해 민간단체 289곳에 지원한 금액은 무려 144억80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행부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사업기간은 4월부터 12월 말까지인데 이 기간에 총 2번의 중간평가와 최종평가를 서면으로 받는다”고 밝혔다. 현장 실사 없이 서면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단체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보조금을 횡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조금 지급 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을뿐더러 민간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에 대해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국가보조금#횡령#비영리 민간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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