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대학진학 하지 않은 불안감?… 특성화고 경쟁력으로 극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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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3인의 취업성공기

‘정말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특성화고 학생 중 상당수는 고3이 되면 취업과 대학 진학의 갈림길에서 고민에 빠진다. ‘학력보다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계속되지만 ‘고졸 출신’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여전히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학생들에게 역할모델이 될 만한 3인이 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최한 ‘제2회 고졸취업 감동수기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조민아 양(삼성SDS 취업·전남 순천전자고3)과 은상을 받은 황지수 양(한국예탁결제원 취업·광주 전남여상3), 백종원 군(마미로봇 취업·경기기계공고3) 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특성화고 진학부터 취업까지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지만 결국 부단한 노력으로 꿈을 이뤘다. 세 학생의 고졸 취업 성공기를 소개한다.

[한국예탁결제원 취업, 황지수 양]

“전공 자격증 공부하면서 목표 확고히 했어요”

황지수 양은 광주 전남여상 1학년 재학 시절엔 막연히 대학 진학을 꿈꿨다. 일본어에 흥미를 느껴 일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황 양은 2학년 때 취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처음 특성화고에 진학했을 때만 해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불안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선배들이 취업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2학년이 되던 해 고등학교 선배들이 금융권, 공기업 등에 취업하는 것을 보고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어요.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졸 취업으로 진로를 정하게 됐어요.”(황 양)

황 양은 고2 때부터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실무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했다. 1년 동안 은행텔러(창구직원) 자격증, 전산회계 2급, 펀드투자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등 금융 관련 자격증만 4개를 취득했다. 파워포인트, 워드프로세서, 컴퓨터활용능력2급까지 더하면 자격증 숫자는 총 7개까지 늘어난다.

자격증 취득 준비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해주는 강의와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했다. 같은 목표를 가진 학교 친구들과 스터디 모임도 꾸려나갔다.

황 양은 “처음에는 금융 관련 용어가 어렵고 생소해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모르는 용어를 하나씩 이해해 나가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면서 “공부하면서 금융권 취업의 꿈을 더 확고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2차 논술시험도 학교에서 준비했다. 취업진로 담당교사와 함께 자유무역협정(FTA), 학교폭력, 학생인권조례, PC방 금연법 등 논술시험에 출제될 만한 논제 20여 개를 같이 뽑아서 대비했다. 찬반이 양극으로 치닫는 논제 같은 경우 각 입장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생각을 정리해 자신만의 예상답안을 만들었다.

“준비했던 PC방 금연법에 관한 문제가 논술시험에 출제돼 어려움 없이 제 생각을 쓸 수 있었어요. 아직은 신입사원이지만 나중에는 금융계에 한 획을 긋는 멋진 여성이 되고 싶어요.”(황 양)

[삼성SDS 취업, 조민아 양]
“특성화고 진학해 주목받으니 더 신나게 공부했죠”

조민아 양은 한 때 ‘최상위권 대학’ 진학이 목표였다. 중1 땐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학급 34명 중 30등. 공부할 이유를 찾지 못해 공부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그랬던 조 양은 중2 때 담임교사의 대학생활 이야기를 듣고 ‘최상위권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가 생겼다.

중2부턴 오후 5시에 학교 수업을 마치면 독서실에서 8시간 이상 공부했다. 시험 평균 점수가 20점 넘게, 학급 등수는 14등까지 올랐다.

대학 진학이 목표였던 조 양이 성적이 계속 올랐음에도 특성화고에 진학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 양은 “성적이 계속 오르긴 했지만 학업 경쟁이 치열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보단 특성화고에서 ‘1등’을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인식하다 보니 기대에 부응하려고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어요. 전교 3, 4등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한 게 취업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조 양)

고3이 돼서 찾아온 삼성 고졸 공채의 기회. 조 양은 고졸 취업으로 진로를 정하고 난 뒤부터 쭉 목표로 삼았던 삼성SDS에 지원했다. 공채 전형에서 조 양이 신경 쓴 부분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면접. 교재마다 유형과 난도가 다른 직무적성검사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연도별로 출시된 교재들을 여럿 구해 문제를 모두 풀었다.

면접은 모의면접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녹화해 확인하면서 안 좋은 습관들을 고치며 준비했다. 조 양은 자기소개를 들은 면접관이 “외워 온 것처럼 말한다”는 압박질문을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입사하고 싶은 의지를 바탕으로 외울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당차게 답했다.

“‘삼성SDS 입사’라는 목표가 이뤄졌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꿈과 목표를 갖고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해야죠.”(조 양)

[마미로봇 취업, 백종원 군]
“특성화고 교내대회 ‘경험’으로 잠재력 확인했죠”

마미로봇에 취업한 백종원 군은 어렸을 때부터 로봇에 흥미가 있었다. 건축일을 하는 아버지의 추천으로 공업특성화 고등학교인 경기기계공고 로봇과에 진학했다. 로봇 분야에서 최고전문가가 되려면 대학 수준의 공부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무능력을 먼저 쌓기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한 것이다.

특성화고에 진학하자 다양한 활동을 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백 군은 인문계고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학업 부담이 적은 특성화고의 장점을 활용해 ‘경험쌓기’에 주력했다. 과학에 관한 기본적인 소양을 기르기 위해 교내 과학골든벨대회에 참여했고, 창의적인 과학발명품을 만드는 교내 ‘Be to the CEO’대회에 참여해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등을 개조해 전력소비량을 줄인 전등을 만들어 입상했다.

백 군은 평소 입사를 희망하던 로봇청소기 전문업체인 ‘마미로봇’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KBS의 특성화고 입사프로젝트 프로그램인 ‘스카우트’에 지원했다. 참가자 중에 면접을 통해 톱10으로 선정돼 방송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 방송에서 ‘주부들의 행복’이라는 주제의 미션이 주어졌고, 1주일 동안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매일 로봇을 구상한 결과 자신만의 ‘신발청소로봇’을 개발했다. 신발장 주위에 떨어진 흙과 먼지가 많아 청소하기 힘들었던 평소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명품을 만든 것.

“옷은 매일 세탁해도 신발은 그렇지 않잖아요. 신발을 안에 넣으면 먼지와 냄새까지 제거해주는 청소로봇을 개발했어요. 특성화고를 다니며 크고 작은 교내외 대회에 참여하면서 제 능력을 끊임없이 시험해봤던 것이 큰 대회에서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어요. 후배들도 ‘경험’을 통해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면 좋겠어요.”(백 군)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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