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긍정의 YES!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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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제작사 월트디즈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이브 보서트

6일 서울 양천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만난 데이브 보서트 월트디즈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주어진 기회를 잡지 않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양천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만난 데이브 보서트 월트디즈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주어진 기회를 잡지 않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 월트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크리스 벅, 제니퍼 리 공동감독)이 누적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쿵푸 팬더 2’의 506만 명을 넘는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1위 기록이다.

성공 요인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화려한 영상과 질 높은 영화음악 △탄탄한 이야기 구조 △공주영화의 전형을 깬 캐릭터 △시대적 변화상을 반영한 원작의 재해석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역할이다. 월트디즈니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팀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공동감독을 맡은 제니퍼 리는 2011년 디즈니에 입사해 감독 경험이 없었지만 겨울왕국의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다가 공동제작자이자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존 래시터에게 감독 제안을 받았다.

경력이 거의 없던 직원에게 총 1억5000만 달러(약 161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의 공동감독을 맡기는 문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겨울왕국을 탄생시킨 조직문화의 비결은 무엇일까. 6일 서울 양천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취업지원실이 주최한 취업특강에서 강연한 데이브 보서트 디즈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며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에서 그래픽을 담당한 보서트는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역량 발전의 기회 잡는 YES맨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OK(네), Sure(물론이죠)입니다.”(보서트)

보서트는 “많은 디즈니 직원은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면 본인의 능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판단하지 않고 ‘YES’라고 답한다. 이런 태도가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 준비된 뒤에야 새로운 시도를 하는 태도는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보서트도 처음부터 히트작들을 맡진 않았다. 처음 제작에 참여한 ‘타란의 대모험’은 흥행에 참패했다. 많은 팀원이 해고당하는 과정에서 당시 흔하지 않았던 컴퓨터 시스템 개발 부서에서 일해 볼 것을 제안받았다. 새로운 분야는 자신이 없다며 회사를 나간 직원이 많았지만 보서트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뒤로 ‘위대한 명탐정 바실’, ‘코디와 생쥐 구조대’ 제작에 참여하면서 당시에는 생소했던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을 익힐 수 있었다. 이 경험들은 이후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만화를 결합하기 위한 기술적인 토대가 될 수 있었다. 주어진 기회를 능력으로 발전시킨 것.

월트디즈니에서는 학벌과 경력이 곧 능력을 의미하진 않는다. 보서트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는 사람은 발전할 수 없다”며 “새로운 기회가 오면 도전하면서 쌓은 경험들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창의성… ‘긍정의 힘’에서 나와


기회를 잡는 ‘긍정의 YES법칙’. 이를 통해 새로운 영역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도 있다. 보서트는 최근 자신의 전문분야를 새로운 영역에 접목해 성과를 냈다.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용자들에게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 ‘디즈니 애니메이티드(Disney Animated)’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한 것.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부터 제안을 받고 수락한 뒤 본인이 축적한 기술들을 프로그램상에서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그 결과 보서트가 개발한 앱은 애플사로부터 지난해 ‘올해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선정됐다.

월트디즈니사에서 직원들끼리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긍정의 YES법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본격적으로 컴퓨터그래픽(CG)이 적용되고 알라딘,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같은 애니메이션에 부분적으로 3D 영상기술이 적용되던 2000년대 초반. 보서트가 속해 있던 라이온 킹 영상효과팀은 라이온 킹에서 물소나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장면에 부분적으로 CG효과를 적용하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팀원들은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수시로 토의하면서 서로가 내는 의견에 긍정적으로 답하려고 애썼다.

보서트가 영상효과 감독을 맡았던 ‘판타지아2000’ 작업을 할 때는 ‘3D 애니메이션 분야의 전문가가 되자’는 공통의 목표를 정해서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으려고 노력했다. 이 모든 과정은 팀원들의 창의성을 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때는 공통적인 목표를 정하고 팀원들의 의견을 자세히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통해 팀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것도 필요합니다.”(보서트)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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