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젊은층 우경화… 도쿄도 선거, 이변은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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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아베가 민 마스조에, 호소카와 꺾고 당선 확정적”

일본 도쿄(東京) 도민들은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자민당은 지방선거의 연패 사슬을 끊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향후 정국 운영에 더욱 자신의 색깔을 내보일 수 있게 됐다.

9일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이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 50%에 가까운 득표율을 거둬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NHK 방송이 보도했다. 마스조에 당선자는 선거 기간 내내 집권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아베 총리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마스조에 당선자에 이어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변호사연합회장과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가 득표율 20% 내외로 뒤를 이었다.

9일 오후 10시 반 현재 40%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마스조에 당선자가 43.3%를 득표해 확고한 1위를 달렸고 호소카와 후보 21.4%, 우쓰노미야 후보 21.1%, 다모가미 후보는 13.1%로 뒤를 이었다.

이번 선거에는 16명의 후보가 나왔지만 유권자의 관심은 마스조에 당선자와 민주당 생활당 결속당이 지지한 호소카와 후보에게 몰렸다. 애초 마스조에 당선자의 1위가 유력했지만 호소카와 후보가 ‘탈(脫)원전’을 앞세워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손을 잡고 출마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두 후보의 대결은 아베 현 총리와 그의 정치 스승인 고이즈미 전 총리의 대결로도 불렸다.

결국 도쿄 도민들은 마스조에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출구조사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사상 최고의 올림픽으로 만들어 도쿄의 매력을 세계에 발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소카와 후보가 판세를 뒤집지 못한 것은 우쓰노미야 후보와 진보 성향의 표를 나눠 가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전’이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되지 못한 점도 호소카와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NHK가 투표자에게 ‘중시한 정책’을 물은 결과 31%가 경기·고용, 22%가 원전·에너지, 21%가 의료·복지를 꼽았다. 결국 아베노믹스로 인한 경기 활성화에 표심이 움직인 셈이다.

마스조에 당선자는 도쿄대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10년간 도쿄대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99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당시 지사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해 낙선했다. 2001년 국회(자민당)에 진출해 2007∼2009년 후생노동상을 지냈다. 하지만 성향은 보수적으로 헌법 9조에 자위군 보유를 명기하고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는 헌법 해석 변경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선 젊은층의 우경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아사히신문 출구조사에서 20대와 30대는 극우 성향의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한국의 공군참모총장)에게 호소카와 후보보다 2배 정도 많은 표를 던졌다. 특히 20대의 24%가 다모가미 후보를 지지했다. 다모가미 후보는 유세 때 “군 위안부는 거짓이다” “재일 한국인에게 참정권을 줘선 안 된다” 등의 망언 수준의 주장을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도쿄도지사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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