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무원들은 민원서비스의 달인… 중국에 전파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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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한류 전도사된 中공무원들… 전국지자체 파견근무 7명 세미나

‘추운 겨울 한중이 손을 맞잡다.’ 중국 각 지방정부에서 한국 지방자치단체에 파견 근무 중인 젊은 공무원들이 3일 영하의 날씨 속에 서울 청계천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양갑용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박사, 린샤오민, 뤄웨이, 리웨,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김진아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부장, 샤오웨이, 허췬, 박지원 협의회 위원, 자오샤오스, 녜융서. 전영한 기자 bonhong@donga.com
‘추운 겨울 한중이 손을 맞잡다.’ 중국 각 지방정부에서 한국 지방자치단체에 파견 근무 중인 젊은 공무원들이 3일 영하의 날씨 속에 서울 청계천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양갑용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박사, 린샤오민, 뤄웨이, 리웨,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김진아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부장, 샤오웨이, 허췬, 박지원 협의회 위원, 자오샤오스, 녜융서. 전영한 기자 bonhong@donga.com
“유비가 제갈량을 삼고초려로 찾아간 곳이 우리 고장에 있습니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만 보고 중국을 안다고 할 수 없지요. 중국 관광객도 서울과 제주도뿐 아니라 철따라 바뀌는 설악산과 멋진 동해 바다가 있는 강원 양양을 와봐야 한국에 왔다 할 수 있죠.”

중국 후베이(湖北) 성 샹양(襄陽) 시 샹저우(襄州) 구에서 지난해 4월 양양군에 파견된 샤오웨이(肖위·32) 씨와 뤄웨이(羅위·35) 씨는 어느 덧 두 도시의 전도사가 돼 있었다.

“경남 남해군은 녹차로 가루도 만들고 비누도 만드는 등 선진기술을 보유해 배울 것이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장시(江西) 성 징강산(井岡山) 시의 녹차 처리는 그냥 따서 말리는 원시적 수준입니다. 반면 남해군은 훌륭한 관광 자원에 비하면 호텔도 부족하고 관광상품 개발도 다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징강산이 마오쩌둥(毛澤東)의 홍군(紅軍)이 은거했던 혁명 성지라는 성격을 살려 중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개발한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징강산에서 온 리웨(李A) 씨는 한중 지방정부 교류를 통해 어떤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별관 6층 회의실에 지난해 4월 한국에 와 1년 일정으로 근무 중인 중국 지방정부 공무원 7명이 모였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경험, 양국 지방정부 교류의 의미와 상호 파견근무를 통해 어떤 성과를 낼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이희옥 소장과 양갑용 박사, 시도지사협의회 김진아 국제협력부장, 박지원 중국담당 전문위원 등이 함께했다.

이들 상당수는 한국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근무시간이 끝나도 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묵묵히 야근을 하고 다음 날로 미루지 않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 군산시에서 일하는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시 상무국 소속의 린샤오민(林曉민·31) 씨는 특히 한국 민원서비스센터를 부러워했다. 그는 “민원센터에서 효율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시민 우선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애정 어린 쓴소리와 아쉬움도 털어놨다.

장시(江西) 성 이춘(宜春) 시에서 경북 상주시에 파견된 허췬(何群·29) 씨는 “다른 국가나 민족의 우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한국인이 있다. 반도 국가여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린샤오민 씨는 “중소 도시는 도로 표지판에 외국어 표기가 부족하고 외국어를 모르는 시민도 많아 살기에 꽤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일하는 산둥 성 랴오청(聊城) 시 출신의 자오샤오스(趙曉師·28) 씨는 “한중이 올해로 수교 22년을 맞았지만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지만 제도와 문화 등이 서로 다른 점이 많아 오해를 사기 쉽다”고 했다.

이희옥 소장은 “최근 공공 외교의 개념은 정부 간 외교에서 지방정부 간 교류, 지방정부가 타국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이후 합의한 양국 관계의 충실화, 내실화도 지방정부 간 상호협력 없이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지방정부가 상호 이해의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결과를 낼 때 공공외교의 중추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아 부장은 “시도지사협의회가 한중 양국의 대도시는 물론이고 시군구 같은 기초자치단체의 교류에도 적극 나서는 것은 ‘풀뿌리 국제교류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들과 같은 ‘풀뿌리 공공외교의 최일선’에 있는 젊은 공무원들이 더욱 많아지면 한중 관계의 미래도 더욱 굳어지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1999년부터 ‘K2H(Korea heart to heart)’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지방정부와 국내 각급 지자체 간 교류, 공무원 상호파견 등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까지 21개국 511명의 공무원이 한국에서 근무했으며 이 중 70%가량인 362명이 중국인 공무원이었다.

중국인 공무원들은 인터뷰 말미에 한국 근무를 마치고 중국에 돌아간 뒤 누구보다 양국 지방정부나 민간이 가까워지는 데 앞장서겠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진시황의 병마용’, 당 고종과 중국 역사상 유일의 여자 황제 무측천의 합장릉 ‘건릉(乾陵)’ 등으로 유명한 고도 산시(陝西) 성 셴양(咸陽) 시에서 경북 의성군에 파견된 녜융서((섭,접)永社·40) 씨는 “양국은 서로 한자 지명이 같은 곳도 많아 이름만 들어도 친근한 도시들도 꽤 있다”며 “한중은 원래 한가족(一家人) 아니었느냐”고 되물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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