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감독이라고? 난 원래 웃기는 사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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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이어 ‘수상한 그녀’로 연이은 스크린 대박 황동혁 감독

미국 유학 시절 황동혁 감독은 괴수 영화 마니아였다. “다음 영화는 공상과학(SF) 괴수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근데 할리우드에서 괴수 영화는 B급의 저예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서 곤란하겠죠?”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미국 유학 시절 황동혁 감독은 괴수 영화 마니아였다. “다음 영화는 공상과학(SF) 괴수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근데 할리우드에서 괴수 영화는 B급의 저예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서 곤란하겠죠?”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큰 뿔테 안경 너머의 형형한 눈빛. 마른 체구와 다문 입을 보면 대개는 그를 날카로운 사람으로 여길 것 같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43)의 첫인상이다. 그의 첫인상처럼 날 선 영화 ‘도가니’가 2011년 466만 관객의 폐부를 찔렀다.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각성과 분노를 몰고 온 이 영화로 그의 이름 앞에는 ‘사회파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사회파 감독의 다음 선택은 코미디영화 ‘수상한 그녀’였다. 할머니에서 아가씨가 된 영화 주인공처럼 황 감독의 변신도 흥미롭다. ‘수상한 그녀’가 8일까지 533만 관객을 모으며 ‘도가니’에 이어 두 번째 대박을 터뜨렸으니, 이젠 그를 ‘흥행파’라고 고쳐 불러야 하는 걸까? 》

―목소리가 톤이 높으면서 크다.

“난 원래 웃기는 사람이다. 이 목소리에 우스갯소리를 담아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한다. 내가 ‘도가니’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왜 그런 영화를 하느냐’고 의아해했을 정도다.”

―데뷔작 ‘마이 파더’(2007년)와 이번 영화가 모두 가족 이야기다.

“두 영화 모두 내 가족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마이 파더’는 미국 유학 시절 만든 단편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다. 고모가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가 생모인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귀국했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수상한 그녀’의 나문희처럼 내 어머니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스물아홉에 혼자가 되셨다.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점도 같다.”

‘마이 파더’는 미국 입양아(다니엘 헤니)가 한국에 와 사형수가 된 친아버지(김영철)를 만나는 이야기. 황 감독은 서울대 신문학과(현 언론정보학과)를 나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영화에 친할머니가 등장한다고 들었다.

“주인공 심은경이 찜질방에서 옷 갈아입다가 마주치는 할머니가 96세의 친할머니다. ‘도가니’에도 단역으로 나오셨는데, 이번에는 출연료를 2배로 드렸다. 하하.”

―할머니가 아가씨가 되는 주인공 역의 캐스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시나리오 초고는 할머니가 글래머 아가씨로 변신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갈수록 뻔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섹시 대신 엽기, 코믹 캐릭터로 바꿨다. 영화의 단독 주연을 맡은 적이 없는 심은경의 캐스팅에 대해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심은경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그리니 이야기가 재밌어졌다.”

―이제 심은경을 빼고 이 영화를 상상할 수 없다.

“심은경은 장진 감독의 ‘로맨틱 헤븐’(2011)에서도 할머니로 나왔다. 그때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제 스무 살이지만 연기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눈물 한 방물만 흘리고 옅은 미소를 지으라’고 연기 지도를 했는데, 완벽하게 해내더라. 존재감이 대단한 배우다.”

―영화의 메시지가 뭔가.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아닌 누구 엄마, 할머니로 사셨다. 그분들의 삶이 가치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고, 지나온 인생에 대해 위로를 드리고 싶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자유롭게 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회파 영화 시나리오가 또 온다면….

“이슈를 만들기 위해, 의무감에 할 생각은 없다. ‘도가니’ 때도 원작 소설을 읽고 영상으로 구현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기 때문에 참여했다. 소설 속 배경인 안개 낀 무진시의 도시 분위기를 그려 보고 싶었다. 영화적인 느낌이 있는 소재라야 할 것 같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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