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몽구 회장, 현대제철 안전관리도 글로벌기업답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7일 계열사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찾아가 안전관리 체계를 원점부터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안전관리 투자비를 기존의 12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늘리고, 관련 인력도 150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하라고 지시했다. 재해사고가 재발하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임직원들을 엄중 문책하겠다는 경고도 했다.

당진제철소에서는 2012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9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근로자 등 13명이 숨졌다. 지난해 5월 보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5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제철소 내 그린파워발전소에서 가스가 새 1명이 목숨을 잃고 8명이 다쳤다. 현대제철은 작년 12월 안전사고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임원 3명의 사표를 받았지만 올해 1월에도 협력업체 직원이 냉각수 웅덩이에 빠져 숨졌다. ‘안전 불감증’으로 17개월 사이에 13명이나 숨졌으니 재계 서열 2위 그룹의 계열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현대제철은 2004년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를 인수한 뒤 대규모 투자를 통해 회사를 키웠다. 지난해 자동차용 강판과 조선용 후판 공급체계를 구축해 포스코에 이어 명실상부한 한국의 2대 철강업체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잇달아 발생한 후진적인 안전사고는 갈 길이 한참 멀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5, 6월 당진제철소에 대한 특별 점검에서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현대제철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작업 과정에서 안전수칙을 확실히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기업문화의 탓이 크다. 무리를 해서라도 공사 기간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제철 경영진은 조급증이 연쇄적인 인명사고를 부른 중요한 원인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보다는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안전관리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에서도 지난해 7월 울산 삼성정밀화학 공장 내 신축 공사장에서 물탱크가 터져 3명이 죽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사고의 책임을 물어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경질했다. 현대차그룹 총수인 정 회장이 직접 나선 현대제철의 안전관리가 이번에는 글로벌 기업답게 개선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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