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봉 부회장 “힐링하는 골프장… 한국 관광산업 새 가능성 열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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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업가서 골프장 경영자 변신… ‘한섬’ 창업자 정재봉 부회장

지난해 경남 남해군 창선면에 새로 생긴 골프장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은 1인당 이용요금(그린피)이 37만 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으로 꼽힌다. 고객들이 여유롭게 라운딩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하루 10∼20팀만 받는 등 운영 방식에서도 다른 골프장과 차이가 있다. 193만 m²(약 58만3825평)의 골프장 안에는 스파와 수영장, 요가 시설 등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빌라와 호텔 등 숙박 시설은 현재 공사를 하고 있다.

골프장과 리조트를 합친 이곳을 만든 사람은 의류 제조회사 ‘한섬’의 창업자인 정재봉 부회장(73·사진)이다. 그는 ‘패션 산업의 살아있는 신화’로 통하는 인물이다.

한섬은 여성 의류 부문에서 업계 1위(매출액 기준) 업체다. 지난해 매출액은 4708억 원, 영업이익은 503억5000만 원이다. 1987년 설립된 이 회사는 ‘타임’ ‘마인’ ‘시스템’ 등 유명 여성복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년 전인 2012년 한섬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에 매각하고 이듬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사재 4000억 원을 들여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의 건립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거액의 사재로 골프장을 지은 이유가 뭘까. 정 부회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벌기 위해 골프장을 지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루 10∼20팀으로 입장을 제한해 고객들이 여유롭게 골프를 즐기면서 스스로 ‘치유(힐링)’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세계적인 골프장과 리조트를 키워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한섬문화재단과 모친인 고 김영희 여사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인 영희문화재단 등을 만들어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손수 일군 회사를 매각하고 골프장을 짓게 된 배경에는 한섬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결심도 있었다. 한때 정 부회장의 아들은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며 ‘2세 경영’을 준비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지난해 3월 김형종 부사장에게 한섬 대표이사직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아들이 사업을 이어 받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아들이 패션 사업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이어 “패션은 역동적인 산업이라 경영자가 역동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며 “아무나 할 수 없고 (아들이라는 이유로) 물려주는 사업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회사를 매각하긴 했지만 정 부회장은 패션 사업에 여전히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나는) 한섬 부회장으로 한 발짝만 뒤로 간 거지 패션 사업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다”라며 “영업만 하지 않는 것일 뿐 다른 중요한 일들은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홈쇼핑 계열사가 된 뒤에도 한섬의 공격적인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9일 한섬은 다음 달 초 첫 잡화 브랜드 ‘덱케(DECKE)’를 선보일 계획을 밝히며 2조 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핸드백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코오롱FnC 쿠론 출신의 윤현주 디자인실장을 잡화사업부장(상무)으로 영입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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