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취재파일/이헌재]멋진 경기장… 열성 자원봉사… 칭찬거리도 많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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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스포츠부 기자
이헌재·스포츠부 기자
칸막이 없이 나란히 세워진 2개의 변기, 노란색 수돗물, 떠돌아다니는 개떼, 문이 안 열리는 욕실…. 서방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소치 올림픽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놓고 조롱을 합니다. 기사대로라면 소치는 사람이 살 수 있는 동네가 아닙니다.

소치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테러 등 각종 우려 속에서도 개막식은 잘 치러졌고, 경기도 예정대로 열리고 있습니다. 서방 언론의 ‘소치 때리기’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러시아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서방 국가 원수들은 7일 개막식에도 대거 불참했지요.

그래서 오늘은 현지에서 느낀 소치 올림픽의 좋은 점을 꼽아볼까 합니다. 무엇보다 환상적인 것은 날씨입니다. 한겨울이지만 빙상 경기가 열리는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잔디는 푸른색입니다. 하루 종일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어 낮에는 얇은 점퍼 하나면 충분합니다. 반면 멀리 산악지대의 높은 산봉우리에는 만년설이 쌓여 있습니다. 감탄사가 나올 만한 풍경입니다.

새로 지은 경기장 및 교통도 훌륭합니다. 빙상장의 얼음 온도는 차갑게 관리하면서도 관중석 온도는 섭씨 15∼16도를 유지합니다. 아예 점퍼를 벗고 관전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을 도는 셔틀버스는 24시간 운행합니다. 가장 콤팩트(compact)하다는 평가를 받는 올림픽답게 경기장 사이사이를 걸어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러시아 국민들의 정성입니다. 소치 올림픽에는 3만 명에 가까운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전역에서 온 이들은 외국에서 온 취재진이나 관람객들을 따뜻한 미소로 맞이합니다.

이들 가운데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휴가를 내고 소치로 달려왔습니다. 9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아들레르아레나에서 만난 20대 여성 이리나 파노바 씨도 그랬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박물관 직원이라는 그는 “소치 올림픽은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올림픽이다. 힘들지만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세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웠다는 그는 “4년 뒤 평창올림픽도 보러 오라”는 말에 “그럼 ‘대박’이죠”라고 말하더군요. 평창올림픽의 성공 역시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정성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이헌재·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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