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경기 화성 아파트 1601호 ‘메달이 넝쿨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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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주-승희-세영 대표 삼남매 집… 女쇼트트랙 김아랑도 7년째 기거
박승희 연인 이한빈, 외박땐 찾아와… 이한빈-박세영, 10일 첫 메달 도전 등
쇼트트랙-빙속 ‘기적의 산실’ 기대감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박승주, 박세영, 박승희(왼쪽부터) 3남매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박승주, 박세영, 박승희(왼쪽부터) 3남매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한집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한 명만 나와도 가문의 영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소치 겨울올림픽에는 박승주(24·단국대)-박승희(22·화성시청)-박세영(21·단국대) 등 3남매가 동반 출전한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들이 사는 경기 화성시 A아파트 1601호는 그런 점에서 기적 같은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601호의 기적은 그게 끝이 아니다.

이 집에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19·전주제일고)도 함께 산다. 3남매의 어머니 이옥경 씨는 “예전 우리 애들이 어릴 때 전주로 전지훈련을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아랑이와 인연을 맺게 됐다. 재능이 특출했던 아랑이가 서울 쪽에서 훈련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해 2008년부터 같이 살게 됐다”고 말했다.

1601호의 큰 방에는 2층 침대 한 개와 싱글 침대 하나가 놓여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다가 주말에 외박을 얻으면 여자 선수들인 박승주, 박승희, 김아랑이 이 방에서 함께 잔다. 3남매의 아버지 박진호 씨는 “아랑이는 이제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집 제사도 함께 지낼 정도”라며 웃었다.

박승주, 박승희, 박세영 3남매가 사는 경기 화성시의 A아파트 ‘1601호’에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19)도 함께 산다. 박승희의 남자친구 이한빈(26)도 이 집의 단골손님이다. 김아랑, 박승희, 이한빈,박세영(왼쪽부터). 박진호 씨 제공
박승주, 박승희, 박세영 3남매가 사는 경기 화성시의 A아파트 ‘1601호’에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19)도 함께 산다. 박승희의 남자친구 이한빈(26)도 이 집의 단골손님이다. 김아랑, 박승희, 이한빈,박세영(왼쪽부터). 박진호 씨 제공
이 집에는 또 한 명의 국가대표가 있다. 박승희와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이한빈(26·성남시청)이다. 이 씨는 “외박을 나온 날 가끔 한빈이도 와서 자고 가곤 하는데 5명이 한꺼번에 뒹굴고 가면 온 집안이 아수라장이 된다. 그래도 서로 의지하면서 고된 훈련을 이겨내는 걸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박승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은 쇼트트랙에 출전한다. 실력도 뛰어나 이들은 10일부터 시작되는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 출전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남녀 3명씩만 출전할 수 있는 개인전 멤버 6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명이 1601호 출신인 셈이다.

이날 열리는 남자 1500m 예선과 결선에는 이한빈과 박세영이 출전해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에 도전한다. 박세영은 예선에서 러시아에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와 함께 2조에 배정됐다. 이한빈은 외신들도 인정하는 유력한 메달 후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차 월드컵 같은 종목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박세영은 같은 대회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승희와 김아랑은 이날 시작되는 여자 500m 예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나선다. 여자 쇼트트랙 결선 500m는 13일, 1500m는 15일, 1000m는 21일에 각각 열린다. 박승희는 500m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이고 김아랑은 1500m와 1000m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김아랑은 월드컵 2차 대회 1500m에서 심석희(17·세화여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 4명은 또 남녀 계주에도 출전한다.

어머니 이 씨는 “밴쿠버 올림픽에 다녀온 승희가 결과를 떠나 올림픽은 축제라고 하더라. 우리 아이들이 그 축제를 맘껏 즐기고 왔으면 좋겠다. 실수 없이 건강하게 돌아오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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