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연고 오래 쓰면 毒… 짧게 소량만 바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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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은 심한 경우 수면장애 및 우울증까지 유발한다. 호전과 악화를 장기간 반복하는 만성 질환인 만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동아일보DB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은 심한 경우 수면장애 및 우울증까지 유발한다. 호전과 악화를 장기간 반복하는 만성 질환인 만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동아일보DB
‘나의 무식함이 아이를 망쳐버렸다. 아토피, 정말 겁난다.’

지난달 20일 부산에 사는 한 30대 주부가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된 8세 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줬다. 유서에는 ‘딸의 아토피 완치를 위해 5년 넘게 치료했지만 스테로이드 연고 과다 사용으로 더 악화됐다’는 내용들로 빼곡했다.

아토피로 인한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아토피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해마다 등장한다. 중증 아토피 환자는 매년 느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토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매년 평균 13.6%씩 증가했다.

○ 중증 아토피 증상, 스트레스 심해져


아토피는 가려움증과 건조증, 습진 등을 동반하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환자마다 병변의 발생 범위, 가려움증의 정도가 제각각이지만 심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대표적인 스트레스는 수면 장애다. 가려움증은 특히 초저녁이나 한밤중에 심해진다. 가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긁어서 생긴 온몸의 상처도 콤플렉스다. 가려운 곳을 손톱으로 긁다 보면 피부에 상처가 나면서 외부의 균을 막는 피부 방어벽이 손상된다. 그 사이로 손톱에 있던 잡균이 침투하면 부기와 그 붉은 정도가 심해진다.

아토피 때문에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급격히 잃는 환자도 많다. 아토피 환자의 피부 탄력은 정상인의 절반도 안 된다. 보습을 유지해주는 피부층이 손상돼 굵은 주름이 생길 수 있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색이 칙칙해지고 잔주름이 많아져 더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다”며 “이는 외모에 관심이 많은 10, 20대 환자들에겐 심한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 아토피는 완치 가능한 피부병

중증 아토피 증상은 이처럼 파괴력이 크다. 그렇다면 아토피는 완치가 가능한 질환일까? 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상당수는 100% 완치가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아토피가 불치병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사회 인식이 자살, 살인 등 극단적인 행동을 부른다”며 “시간이 걸릴 뿐이지 상당수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아기나 소아기에 시작된 아토피는 대부분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토피는 기본적으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장기간 이어지는 만성질환이다. 치유되기까지는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완치가 불가능한 중증 환자들도 있다. 이럴 땐 치료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악화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중증인 경우 주변에서 추천하는 민간요법에 귀가 솔깃하기 마련인데 관련 전문가들과 상담을 한 뒤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

○ 스테로이드 약은 부작용 주의해야

아토피 치료제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제와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가 대표적이다. 특히 스테로이드제는 가려운 부위에 수시로 바르는 연고로 아토피 환자들의 필수약이다.

하지만 장기간 과다하게 사용하면 피부가 상할 수 있다. 김범준 교수는 “바르는 연고는 오래 사용하면 피부가 위축되고 얇아질 수 있다”며 “스테로이드제 역시 많이 쓰면 피부 혈관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치료제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 제품이어서 보험 적용이 어렵다. 의사들은 “그런 치료제는 스테로이드제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며 “기본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되 너무 오래, 그리고 한 번에 많이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엔 비타민 B12의 항염 작용이 밝혀지면서 이를 이용한 아토피피부염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다. 김범준 교수는 “비타민 B12는 정확한 치료 기전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가려움증이나 홍반 등을 일으키는 염증성 물질을 억제하여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말했다.

최지연 lima@donga.com·이진한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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