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에서 소방수로 활약한 중앙은행장 3人 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연금술사들/닐 어윈 지음·김선영 옮김/619쪽·2만5000원·비즈니스맵

‘연금술사들’은 2008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사마천은 “주어진 때를 잃지 않고 천하에 공명을 세우는 사람들을 위해 열전(列傳)을 짓는다”고 말했다. 위기 이후 쏟아진 수많은 경제서가 ‘경제위기 해설서’라면 이 책은 난세에서 소방수로 활약한 중앙은행장을 다룬 열전에 해당한다.

주인공은 2008년 당시 세계 최고의 경제권력으로 불렸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머빈 킹 영국은행 총재. 2007년부터 5년간 연준을 출입했던 저자는 11개국 세계 27개 도시를 넘나들며 취재수첩에 담긴 3인의 행보와 의사결정의 막전막후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자는 막강한 중앙은행장의 힘을 “돈을 창조하거나 파괴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중세시대 연금술사가 주석에서 금을 만들려고 했다면 중앙은행장은 국가로부터 통화발행 권한을 위임받아 돈을 찍어내며 그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중앙은행장을 현대판 연금술사로 지칭한 이유다.

언변과 설득에 능하고 대공황을 연구한 통화주의자 버냉키, 강철 체력을 갖춘 뛰어난 협상가인 트리셰, 141년 만에 영국 상업은행의 파산을 방치할 정도로 엄격한 시장주의자이자 자신만만한 ‘개룡남’ 출신인 킹이 ‘3인 위원회’ 형태로 공조하며 발권력을 동원해 위기를 진화하는 과정이 드라마처럼 생생하다.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난 이들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비교적 후한 편이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이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방치한 것, 킹 총재가 금융위기 초반 영국의 긴축정책 기조를 승인한 것, 유로존 위기가 닥쳤을 때 트리셰 총재가 머뭇거린 것은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부제를 붙인다면 ‘중앙은행 사용 설명서’가 어울릴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장을 믿어야 한다. 매우 중요하나 전문적이고 복잡한 사안을 사실상 표결로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완벽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점진적 발전은 요구해야 한다.”

4월이면 새로운 한국은행 총재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연금술사들#글로벌 금융위기#벤 버냉키#장클로드 트리셰#머빈 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