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英 케이트 앳킨슨의 ‘되풀이되는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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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환생한 여인, 유쾌 상쾌 통쾌한 ‘운명 反轉’

맨부커상과 더불어 영국의 양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코스타상의 2013년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케이트 앳킨슨의 ‘되풀이되는 삶(Life after Life)’이 선정됐다. 1972년부터 영국과 아일랜드 작가에게 수여된 코스타상은 2006년까지 위트브레드상으로 불리다 커피전문점 코스타에 인수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앳킨슨은 1995년 데뷔작인 ‘박물관의 무대 뒤에서’로 코스타상(올해의 책)을 수상한 데 이어 18년 만에 두 번째 코스타상을 수상했다.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앳킨슨을 ‘맨부커상을 두 번 수상한 힐러리 맨틀, 최연소로 맨부커상을 받은 엘리너 캐턴과 함께 문단의 여풍을 일으키는 주역’이라고 소개했다.

‘되풀이 되는 삶’의 여주인공 우르술라 토드는 1910년 런던 근교의 부유한 가정에서 둘째딸로 태어난다. 하지만 16세에 오빠 친구에게 겁탈당하고 임신하게 된 이후 불법 중절수술로 몸과 마음이 모두 황폐해져 학교도 중퇴하고 런던으로 떠난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도망치듯 결혼한 그는 폭군인 남편의 손에 맞아 죽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숨을 거둔 직후 1910년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오빠 친구와의 만남을 피하고 좋은 성적으로 고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거기서 독일 남자와 사랑에 빠져 독일에 정착한 그는 예쁜 딸도 낳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터져 독일에 고립된 우르술라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조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딸과 동반 자살한다.

이번엔 그가 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28년으로 시간이 되돌아간다. 독일로 여행을 가지만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자주적 삶을 살기로 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공직자로 살며 자유연애를 즐긴다. 이렇게 우르술라는 인생이 실패할 때마다 오뚝이처럼 되살아나 조금씩 인생살이를 발전적으로 바꿔나간다.

이 소설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우리네 소소한 환상을 충족시켜 주려고 쓰인 게 아니다. 여성들이 인습에 묶인 삶이 아니라 진취적 삶을 선택해갈 때 팔자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한 여인의 시간여행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형상화해낸 것이다.

안주현 런던통신원 jenniifera@usborne.co.uk
#케이트 앳킨슨#되풀이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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