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여보게, 몰락하는 帝國 USA… 9년 뒤엔 중국이 넘버원일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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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옌쉐퉁 지음·고상희 옮김/376쪽·1만6000원·글항아리


“중국은 왕도(王道)를 추구하는 외교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왕도를 실천하는 국가는 다른 나라의 존경을 받는 나라이며 핵심은 ‘책임감 있는 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 현대국제관계대학원장은 이 책(원제 2023, 歷史的 慣性)에서 춘추전국시대 순자의 ‘왕권 패권 강권’의 개념을 빌려 중국이 추구할 미래를 그렸다. 중국의 대표적인 현실주의 정치학자인 그는 중국의 종합 국력이 세계 2위에 올라선 만큼 정치 군사적으로 더욱 굴기(굴起·떨쳐 일어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중국 외교의 기조였던 도광양회(韜光養晦)는 당연히 거부한다. 이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개를 숙이자는 것이지만 이제 달라졌다는 것이다. ‘왕도를 가는 중국은 국제질서에서 무임승차, 편승, 비동맹 외교 등 소극적 자세는 버리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핵심은 2023년 미국과 중국이 양극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옌 교수는 청(淸) 영국 러시아가 ‘제국은 몰락한다’는 ‘역사의 관성’을 21세기 미국도 피해 갈 길이 없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 ‘역사의 관성’은 중국의 부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완곡히 표현해 ‘미중 양극 구도’지 속내는 ‘여보게 몰락하는 제국 미국, 다음은 우리 중국일세’에 가깝다. 마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이 끝나는 때인 2023년을 콕 찍은 것은 10년 뒤의 발전 추이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옌 교수는 미국과 국력 격차가 좁혀질수록 국익을 놓고 양국의 충돌 강도도 커지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예선에서 결선으로 갈수록 맞수의 실력은 강해지고 승리 가능성도 줄어드는 것에 비유했다.

지구촌 변화 예측도 담았다. 브릭스 5개국(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이 10년 후에는 더이상 공통의 이해관계가 없고 브릭스란 말조차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추락하고, 중동의 위상도 낮아져 혼란이 와도 강대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리아 내전이 2년이 돼도 미국과 러시아가 개입하지 않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으며 중국도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미중 외교의 틈바구니에 끼이고, 더딘 사회 개혁이 발목을 잡아 더이상 미중과 동급이 아닌 지역 대국으로 전락하며, 이런 현실에 불만을 품겠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책임감 있는 강대국’에 걸맞은 지도자상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책 곳곳에 벌써부터 세계 속에 군림하려는 강렬한 욕망이 느껴졌다. 중국의 속내를 알기 위해 꼼꼼히 봐야 할 이유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2023#중국#강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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