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해법, 말 아닌 행동이 관건… 제2 고노담화 필요”

벳쇼 日대사 언급 ‘해법’에 관심

日경찰, 야스쿠니앞 시위 韓대학생 연행 한국 대학생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2·8 독립선언 95주년 맞이 대학생 도쿄원정대’가 7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찾아가 일본의 역사 왜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일본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을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던 원정대는 일본 내각부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이유를 묻는 질의서를 전달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제공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가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7일자 A1·4면 보도)를 통해 “일본 정부는 군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한 적이 없다. 한국과 협의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향적인 태도를 밝히자 그 구체방안에 한일 양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수사(레토릭)만 반복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조치를 내놓을지가 최대 관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한일 현안 가운데 위안부 문제를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는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한일관계에서 그나마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분야가 위안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이 한국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한 한일 정상회담을 열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제2의 고노 담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1993년 8월 위안부 강제동원 시인과 반성 및 사죄의 내용을 담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본 관방장관의 담화 같은 명백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고노 담화가 나온 지 20년이 넘었고, 그동안 일본 때문에 입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큰 만큼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담화가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과 서울 외교가에서는 “일본의 그런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의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1993년 3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물질적 보상은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하고 그 대신 일본에 철저한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사과=보상’이라는 등식을 깨면 ‘결국 또 돈 달라는 얘기 아니냐’는 일본 극우세력의 억지 주장도 잠재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도덕적인 대일 공세는 일본 내 여론을 환기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는 55명. 모두 고령인 만큼 기대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살아 있을 때 해법을 찾지 못하면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영구 미제로 남게 된다. 이는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중국인, 네덜란드인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일본의 외교적 입지를 최악의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측이 인식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